주인공 아이의 책임감 없는 부모들을 처음 봤을 때는 화가 났지만 후반에 가서는 그들도 그들과 똑같은 부모 밑에서 그렇게 자랐겠다고 생각하니 그들의 하소연이 핑계로만 여겨지지는 않았다. 뭐 그들이 콘돔을 살 돈이나 수술을 받을 돈은 있겠나?
물론 자식을 팔아넘기는 짓까지 정당화될 순 없다. 또한 부모들이 더 의지를 가지고 노력했다면 분명히 그들 스스로에게, 그들의 자식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강한 의지를 가지고 사는 것은 아니다. 환경탓만 해서는 안 되겠지만 모두에게 환경을 이겨내라고만 할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우리나라도 그랬겠지만 다 같이 못 살 때는 영화에서처럼 자식은 일손이 된다.
원래 먹던 것에 숟가락만 하나 추가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더 낳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어떤가? 자식은 일손이 아닌 돈 먹는 하마가 되었다.
평범하게 키운다의 “평범”이라는 단어의 기준이 너무나도 높아져버렸다. 그래서 평범하게 키울 돈이 없고, 자신이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평범하게 키우지도 못할 거라면 뭐하러 애를 낳으려고 할까? 그 영화에서처럼 사람들에게 무책임한 부모, 자격없는 부모라며 조롱만 받을게 뻔한데 말이다…
그러니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단지 자기 편하려고 애를 낳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가버나움의 그 부모처럼 생각없이 굴레를 이어가지 않게 하려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 아니겠나?
과거처럼 그냥 애 여러명 낳고 열심히 살라는 말은 현 시대에 맞지 않는 말이다. 현실을 모르는 꼰대의 헛소리일 뿐이다.
아이를 위해 그 개고생을 하라고? 그 아이도 나와 똑같은 삶을 살텐데?
그런데 또 그런 생각도 들긴 한다. 과연 우리나라의 아이들을 학원 여러개에 보내는 문화는 정말 필요한 것일까? 나는 쓸때없는 허세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배우고 싶어서 학원에 다니는 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수능을 잘 보기 위한 것이라거나 유행 따라가는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결국 뼈 빠지게 돈 벌어서 학원 배불리는 일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현실은 현실인데 그게 거지같은 현실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99%의 아이들이 학원에 보내는데 내 아이만 안 보내면 나는 그 시선을 견딜 수 있을까? 내 아이는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학원은 일종의 유행 아닌가? 유행 따라가다가 가랑이 찢어지겠네…)
그렇게 생각하니까 우리나라의 아이와 부모가 가버나움의 주인공 아이, 부모와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다. 아이들은 공부한다고 개고생, 부모들은 학원비 마련한다고 개고생…
결국 가버나움 영화속의 환경보다 우리나라가 더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서 살든지 하층민이 힘든 건 똑같구나… “가버나움의 인물들처럼 힘든 사람들도 있는데 니들은 행복한 거야.”라는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버나움을 보면서 “저들에 비하면 난 행복하구나 돈도 많고… 그러니까 애도 여러명 낳아야지~”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어쨌든 가버나움에서는 피임을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임신하면 낳는 것도 있지만, 일손이라서 낳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못 낳는 것이다. 가버나움에서는 필요해서 낳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필요하지 않아서 안 낳는 것이 아니고 낳을 수가 없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 주인공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저정도는 아니지만 너무 나태하게 살다가 나도 저렇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편하다고 계속 편할거라고 너무 바보같이 생각했다.
그리고 그 주인공 아이도 그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너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우리나라로 치면 내가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살았다고 할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나의 환경이 엄청난 기회이고 행복이었을텐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암울한 내용에 무슨 희망이 있을까 했는데 나름대로 결말이 멋지고 희망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