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이 떠올라야 한다 VS 매일 꾸준히 해야 한다

(일)

나는 예전에는 영감이 떠올라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의무적으로 하고 쫓겨서 하고 성공, 돈, 일로만 보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나만의 고유한 것을 찾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고민을 해도 생각이 안 나던 것이 잠깐 쉬다가, 또는 화장실에 갔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는 것처럼 그런 생각이 떠오를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짜 내가 표현하고 싶은 알맹이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떠올리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또한 일처럼 하다보면 매일 그냥 분량 채우기에 불과해서 그 이상의 퀄리티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긴 시간을 가지고 장인정신으로 천천히 조금씩 아주 고퀄리티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일단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퀄리티는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결국 내 기본 실력이 중요한 것이고 적당한 성의가 중요한 것이지 그 이상의 미세한 차이는 보통 사람들은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그런 작은 차이에 몰입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알아봐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것은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떤식으로든 일단 완성을 한 다음에야 그 다음의 더 나은 무엇인가가 보이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기 때문에 미리 오랜 시간 고민을 하고 설계해서 한 번에 고퀄로 완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뭐 미리 스토리를 써보고 확인하고 콘티도 쓰고 그런 과정도 물론 있긴 했었다.) 그런데 내가 실제로 해보니 절대 그렇게 해서 나올 수가 없었다.

천재라면, 나와 다른 스타일이라면 그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안 되더라.

그러니까 크게 부담감은 가지지 않더라도 공개하기 위해 만들어야 내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하나의 완성본을 만들어서 공개한 이후에는 수정이 어려운 분야도 많다. (영화, 음악 등등 대부분이 그렇지.)

그럴 때는 혼자서 계속 만들어보고 확인하고 수정하고를 반복해야겠지. 사실 음악이든 영화든 여러가지 버전이 존재하고 나중에 수정본이 나오기도 한다.

어쨌든 그래도 한 번에 큰 부담감을 가져야 하고 고퀄리티로 만들기 위해서 에너지를 쏟고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정식 웹툰이든 책이든 그런 것은 당장은 포기했고 블로그에 끄적이는 것이기 때문에 수정이 너무나도 자유롭다.

중복된 내용, 비슷한 내용을 계속 써도 아무 상관이 없다. 수정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다.

막 좋은 영감을 떠올려서 엄청나게 신중한 작업을 할 필요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당히 글을 써서 올리면 되고, 계속 더 나은 생각은 없는지 고민을 해서 수정을 하기도 하고 새로 글을 쓰기도 한다.

결국 가장 핵심은 알맹이(여기서 알맹이라 함은 내가 정말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방향을 정하고 그것을 결국 찾아내서 확정하고 단순화시키는 것인 것 같다.)가 중요하다는 것일텐데, 성공만을 바라보며, 또는 매일 꾸준히 일처럼 하면 알맹이가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알맹이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알맹이만 쳐다보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알맹이만 쏙쏙 떠오르는 것은 또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사람이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살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일 일에만 치여서 다른 생각은 전혀 못하고 여유도 전혀 없이 살지도 않고, 생각만으로 완벽한 알맹이와 계획을 한 번에 완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인가를 만드는 행위도 꾸준히 해야 하고 생각을 떠올리는 행위도 꾸준히 해야 하는 것 같다. 일처럼 정해진 시간만 하고 그 이후에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그 일을 비워버리면 정말 발전이 없을 것이고 알맹이도 없을 것이다. 또한 영감이라는 것도 펑펑 놀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고 매일 꾸준히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생각을 하는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핵심은 관심의 끈을 놔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휴식을 취하고 놀면서도 계속 내가 고민하던 것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모든 행위를 일과 연결지으면 피곤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내가 좋아한다면 너무 재미있고 행복한 과정이 아닐까? 그러니까 내가 정말 열의를 쏟을만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고 의무적으로 규칙적인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계속 손을 움직이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도 중요하고 꾸준히 해야 하며 생각과 고민을 하는 시간도 의무적으로 꾸준히 가져야 하는 것 같다.

또한 계속 고민에 빠져있기보다는 휴식을 취하고 놀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은 펑펑 놀아도 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결국 고민거리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열심히 그 행위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딴짓을 하다가 좋은 생각이 잘 떠오른다면 의도적으로 그런 휴식이나 여가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감을 떠올린다는 행위조차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막연하게 떠오르길 기다리면 안 되고 잘 떠오르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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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모두 일에 바치라는 말이라기보다는 내가 재미있어하고 가치,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일로 만든다면 매 순간이 재미있지 않을까?

일과을 일상, 여가를 완벽하게 분리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게 틀렸다거나 잘못이라는 말이 아니다.

나는 내가 말한 것처럼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게 나한테 맞다고 생각하고 내가 추구하는 그 삶을 더 잘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이런 글을 남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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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 올인하냐 VS 내가 하고 싶은 여러가지를 다 찔러보느냐도 비슷한 것 같다. 그 두가지 중에서 한가지만 옳은게 아니고 끈을 놓지 않고 매일 꾸준히 이어나간다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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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기계처럼 의무적으로 매일 일이나 연습 같은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나쁜게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도 투자해야 한다.

추가로 평소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아야 좋은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그렇게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려면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는게 매우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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