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대로 평가를 받는게 무서워서 도망쳤다.

(시도) (mdgi) (일)

나는 내 블로그에만 글을 올려서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평가와 별개로 애초에 평가받을만한 것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춤을 춘다는 사람이 춤 실력을 사람들에게나 전문가들에게 평가받지 않으려고 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길이 있다고 믿는다면 평가는 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문제는 그 어디서든 춤을 추려다가 말고 동작을 하려다가 말고 그런식으로 항상 내가 비판받고 평가받는 것이 싫어서, 무서워서 춤을 제대로 한 번도 추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냥 내 혼잣말일 뿐이고 블로그에 끄적거리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계속 그 수준에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있었다.

그러니까 사람들한테 평가받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블로그에만 올려도 된다. 하지만 애초에 단 한 번도 제대로 결과물을 만들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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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정리가 잘 안 되어도 꼭 말하고 싶은게 있으면 혼잣말 하듯이 가볍게 끄적여도 된다. 하지만 잡지의 한 페이지에 내 글을 올리듯이, 또는 웹툰 한 편을 완성하듯이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그럴듯하고 삐까뻔쩍하게 잘 쓰라는 말은 아니다. 내가 그렇게 글을 쓸 실력도 아니고 그림도 예쁘지 않다. 그래도 노력은 하고 구성은 맞추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림을 그릴 때 잘 그리는 것을 바라는게 아니다. 전신을 다 그리긴 하자는 것이다. 하루종일 머리와 얼굴만 그리지는 말자는 것이다.

하나의 주제, 내용을 내가 할 수 있는 도구들을 활용해서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또한 내 생각을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주장의 근거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야겠지.

다시 말하지만 글을 매끈하고 매력적으로 잘 쓰고, 맞춤법 단 하나도 틀리지 않고, 그림도 한 컷에 수십시간을 들여서 대단한 것을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절대 그런 방향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저 그림이 필요한 곳에는 그림을 넣고 색을 넣어서 효과적이라면 색을 넣고, 예를 들어서 전달력이 좋아질 것 같으면 예를 들고, 그 예를 상황극으로 표현하고 싶으면 그림을 몇 컷 그려서 상황극으로 만들고, 글을 두껍게 강조하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은 두껍게 해주는 것처럼 할 수 있는 것은 하라는 것이다.

잘 만들라는게 아니고 현재는 없는데 추가되면 좋은 것, 내가 추가할 수 있는 것은 추가를 하라는 것이다. 풍성하게 말이다.

그러니까 글이나 그림의 전문가를 추구하지 말고 조금 각지고 어설프더라도 보는 사람이 다 본 이후에 재미있고 뭔가 얻어가는게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풍성하고 풍부하고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야.

웹툰도 그림을 정말 잘 그리고 펜 선을 따고 색을 입히고 명암을 칠하고 효과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졸라맨처럼 단순하게 그렸는데도 기성 웹툰보다도 재미있다고 느낄 때가 있잖아. 그런 것을 추구하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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