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소개라기보다는 내 관점으로 해석해보려고 한다.
참고로 스포도 있다.
초반에 아파트 주민들이 외부인들을 쫓아낼 때 나도 외부인들을 쫓아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영화를 계속 보다보니까 어차피 남은 식량을 아무리 아껴서 먹는다고 해도 얼마 버티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결국 식량을 구하러 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사람 수가 줄어드는게 더 유리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람 수가 많으면 식량을 구하러 다닐 수 있는 사람 수가 많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니까 꼭 외부인들을 쫓아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문제는 결국 차별에서 시작됐다.
외부의 고급 아파트에서 살던 사람들이 과거에 현재 아파트의 주민들을 차별했던 것이 자신들이 쫓겨나게 되는 근거가 됐다.
또한 그렇게 외부인들을 쫓아냈기 때문에 마지막에 현재 아파트의 주민들도 외부인들에게 공격을 받게 된다.
나는 아파트에서 단지 내 지상 통로의 택배 차량 진입을 불허해서 난리가 났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외부에서 보면 이기적으로 보일 뿐이다.
자기들 소유의 지역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차량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 정당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그로 인한 택배 기사들의 고생은 자기들이 알 바 아니라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자기들의 가족만 중요하고 외부인은 배려할 필요 없다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나는 인간 사회는 개미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미들이 서로를 차별하고 스스로의 이익만을 위하며 서로를 경쟁자로만 바라본다면 그 개미 사회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건 상식이나 도덕이나 정의 같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만들어지고 유지되려면 규칙이라는게 생길 수밖에 없다.
구성원들이 그 규칙들을 지키지 않게 되면 그 사회는 유지되지 못한다.
인간은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야만 하는 동물이고 구성원 다수가 경쟁과 이기주의가 가장 현실적인 가치라고 받아들이고 행동하게 된다면 그 사회는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가 무너진다면 그때는 정말로 그들이 생각하는 약육강식 정신이 현실이 될 것이다.
야생의 정글처럼 남의 것을 빼앗고 서로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물론 당장 내가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다면 내가 살기 위해서 남을 죽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그정도의 상황이 아님에도 나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조금도 배려하지 않으려는 태도의 사람들이 보인다는게 문제이다.
그러니까 다 먹고도 남을 만큼의 자원이 있음에도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주의 때문에 소외되고 고립되는 사람들이 생기고 보호나 도움을 받지 못해서 죽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면 사회는 증오범죄가 늘어나고 점점 규모가 축소되며 결국 이기주의 때문에 사회가 무너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혼자 남겨진 여주인공을 지나가던 소수의 사람들이 도와주고 받아준다.
그런데 거기서 여주인공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저…
그냥 살아도 되는거에요?
그 말은 “나는 이 아파트 주민이 아닌데 정말 여기서 지내도 되는 거냐”고 묻는 거였다.
그녀를 도와주고 그곳으로 데려온 사람들은 그녀의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봐요?
살아있으면 다 사는거지.
감독은 아파트와 같이 돈이나 지위, 직업으로 사람의 계급을 나누며 차별하는 사람들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실 그래야 정상인데 영화를 보던 나도 어느새 사람을 계급을 나눠서 보는 시선에 익숙해지고 물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 중에 한 명이 여주인공에게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사람 고기도 먹는다던데 진짜에요?”라고 물어본다.
여주인공은 대답한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
다시 한 번 감독은 나한테 말하고 있었다.
그 아파트의 이기적으로 보였던 사람들도 사실 평범한 사람이라고, 누구나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그들을 너무 괴물처럼 바라보거나 증오하지 말라고 말이다.
또한 그래서 언제든 당신도 그렇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기존에 아파트로 계급을 나누는 것에 물들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에서 벗어나라고, 다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마지막으로 화면이 줌아웃 되는데 사실 여주인공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소수가 아니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감독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정말 특별하게 착한 극소수의 사람들이나 그렇게 타인에게 조건 없는 친절을 베풀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 사람이 다수이고 그런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회도 존재할 수 있어.
현실에서도 가능해.
나는 이 영화의 메세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
요즘 뉴스를 보면 세상이 정말 미쳐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유치원 교사였나?) 말다툼을 벌이다가 갑자기 상대방에게 어느 대학 나왔냐고 노골적으로 물어보는 사람…
아이들도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로 친구를 판단하고…
자기보다 못한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전단지에 “거지면 거지답게”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아무리 과거가 미화된다고는 하지만 과거엔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 과거에는 정말 극소수의 잘살고 몰상식한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했다면 지금은 일반인들끼리도 서로 계급을 나누고 차별하는 느낌?
우리는 인간성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최근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며 이런 화두를 던진 감독에게 고마웠고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조금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