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불쇼에서 추천하길래 한 번 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내용이라고 할 것은 별것 없고 김장하라는 사람이 평생 한약방으로 번 돈을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았다는 내용의 실제 인물을 조사하고 따라다니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보면서 기억에 남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초반에 한약방으로 번 돈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다는 내용을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와 아픈 사람들 병도 고쳐주고 그렇게 번 돈으로 또 사람들을 돕는다고? 남김 없이 세상을 위해서 사셨구나”
그런데 김장하라는 사람은 나와는 정말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일을 했다면 나를 위해서 쓸수도 있었겠지만 아픈 사람들에게 받은 돈이기 때문에 이 돈은 좋은 곳에 써야만 한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나는 기부할 돈도 없지만(이것도 핑계라면 핑계다…) 항상 그런 생각을 했었다.
“뉴스를 보면 기부금으로 돈잔치 벌이는 사람들이 있더라. 내가 돈이 많더라도 기부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 만약 하게 되면 내가 직접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거나 정말 믿을 수 있는 회사에 할거야.”
라고 말이다. (결국 그런 핑계 대면서 평생 안 하겠지.)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고 내가 너무 바보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김장하에게 도움을 받아서 성공하거나 사회에 기여한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데 김장하는 성공할 사람들만 골라서 도와줬을까?
영화에 나오는 사례는 아주 극소수일 것이고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나 도움을 받은 그 수많은 사람 중에 대다수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누군가를 돕거나 투자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절대 효율을 따져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 생각에 김장하는 사람을 믿었던 것 같다.
분명히 거짓말로 돈을 받아가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더 다수의 사람들은 도움을 받은 만큼 세상에 베풀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나는 앞으로 기부를 한다면 어느정도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서 가장 신뢰가 가는 곳에 하거나 여러 곳에 분할해서 하는 식으로 할 것 같다.
내 기부금이 100% 좋은 곳에 쓰이지는 못하더라도 극히 일부라도 좋은 곳에 쓰인다면 그걸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지나 투자의 개념도 비슷한 것 같다.
누군가는 부자이면서도 제도의 빈틈을 이용해서 복지 혜택을 받는 경우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것은 최대한 그런 악용 사례를 잡아내야 하는 것이지 그런 이유 때문에 복지를 축소하거나 복지를 없애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재명의 전국민 지역 화폐 지원금도 떠올랐다.
지원금을 줄 때 선별적으로 준다는 것은 사실 선별하는데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또한 그렇게 한다고 제대로 필요한 곳에 간다는 보장도 없다.
지역 화폐 같이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사람들의 생계에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부자들도 받아서 문제라고?
부자들은 그만큼 세금을 내잖아.
부자이면서 편법을 이용해 세금을 덜 내는게 문제지.
그리고 과학 기술에 대한 투자도 이렇게 봐야 한다.
99%가 기술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1%가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그게 전체 투자 금액보다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수많은 나라들이 정부 차원에서 과학 기술에 투자를 하는 것일테고 말이다.
전교조나 노동조합 관련 이야기도 나온다.
나는 우리 사회가 노조를 너무 악마 시키는 거 같다.
사실 그건 다 기득권들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무조건 옳다고만 할 것도 아니고 무조건 그르다고 할 것도 아니다.
그저 개개인의 힘이 약하니까 뭉쳐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그게 왜 문제일까?
그러니까 노조가 너무 이기적이거나 잘못된 목소리를 내면 욕을 할수도 있고 행동에 설득력이 있어보이면 응원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거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노조라고 하면 무조건 뭔가 잘못된 집단인 것처럼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악마화에 성공했다고 할까?
다시 말해서 최소한 노조는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전제는 깔고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노조는 전부 사라져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 세상의 법이나 돈을 주무르는 기득권들이 정의롭고 공평하다고 생각하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그래서 노조 설립이나 시위가 법적으로 보호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다 보고 든 생각은 그가 기부한 수백억의 금액보다도 그의 생각이나 사고방식이 놀라웠다.
지금 봐도 진보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그렇게 오래전부터 그런 깨어있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