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달랐다.
메세지는 그럴듯하게 숨겨두고 정말 재미있게, 드라마 같이, 영화 같이 만들려고 했었다.
뭔가 그럴듯하고 아주 짜임새있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다. (스토리와 재미의 비중이 훨씬 커지게 만들고 싶었다. 대중적이고 싶었다. 내가 천재였으면 하고 바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못하겠더라.
나는 재미와 메세지를 섞을 수 있는 변별력이 부족한 것 같다.
재미와 메세지를 잘 혼합한다거나 메세지가 먼저 떠오르면 그것에 맞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드는게 너무 힘이 들었다.
(이부분은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해낼 자신은 지금도 없다. 그러니까 잘 나가는 소재들을 모아서 전략적으로 스토리를 생산해내는? 그런 것을 나는 절대 못한다.)
그냥 메세지가 떠올랐으면 가장 간단하게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서 전달하는 정도로만 하려고 한다.
최대한 짧게 에피소드들을 많이 모아서 그것들을 잘 정리해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또한 나는 짜임새있는 스토리를 짜는데에 재능도 없는 것 같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것만 좋아하다보니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것도 스토리를 짜는데에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애초에 스토리라는게 머리속에 있은 적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어떤 캐릭터랑 어떤 캐릭터가 있는데 둘이 싸우고 어릴때부터 어쩌고 저쩌고···.
그런 설정 덕후랄까? 또는 혼자 머릿속에서 스토리를 계속 짜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것에 욕심을 부렸었다. (나는 옳고 그름 같은 것에 집착하는 분쟁 덕후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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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챔피언으로 예를 들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브랜드만 한다.
브랜드가 쎄고 좋기도 하지만 나의 성향이나 특징에 맞아서 한다.
그러니까 내가 브랜드를 선택한 것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나는 타고나기를 브랜드 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고 볼수도 있는 것이다.
나와 정반대의 성향은 이런 거다.
가장 인기있고 잘 나가는 챔피언을 알아내서 그 챔피언을 연습해서 이기는 것.
이렇게 하면 정말 그 챔피언을 아주 잘 다루는게 아니더라도 적당히만 다루면 원래 그 챔피언이 쎄기 때문에 이기기 쉬울 수 있다.
(수능이나 공무원 준비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나는 그렇게 잘 나가는 챔피언을 연습해서 적당히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남보다 훨씬 못한다.
또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챔피언을 계속 하고 싶지도 않다.
이건 포기하고 안주하는 것이나 패배주의와는 다른 것이다.
내가 하고 싶고 내가 잘하고 나에게 맞는 것에 올인하는 것이 왜 포기하는 것인가?
대중적이고 잘 나가고 쎄고 좋은 것만을 추구해야 하는게 정답은 아니다. (물론 계속 새로운 시도나 도전이나 고민을 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고 잘하고 좋아하는게 다 다르니까.
그러니까 누군가는 자신이 못하는 것을 열심히 노력해서 극복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노력이고 성공이고 정답은 아니다.
내가 잘하는 것만 파고들어서 극한의 수준까지 오르면 그것도 노력이고 성공이고 정답일 수 있다.
스타일과 취향이 다른 것이다.
결국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내가 믿는 길을 열심히 걸어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