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사대주의에 빠진 것이다. (비긴어게인)

김어준은 비긴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문화 사대주의가 녹아있다는 식으로 말하며 불편함을 밝혔다. 나는 오히려 그가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해외의 반응을 궁금해하는 것조차 사대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공연을 한 나라가 서양이라서?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이라서?

우리나라의 음악 자체가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도 하고 가수들이 편하게 노래를 하려면 많이 알아보지 않는 나라에 가서 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사람들이 서양의 분위기나 풍경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그런 나라들에서 공연을 했다고 생각할수도 있는 것을 굳이 그렇게 바라보는 이유가 뭘까?

그런 좋아한다는 심리 자체가 문화 사대주의라고? 그러면 서양에 여행가는 사람들은 모두 문화 사대주의에 빠진 것인가? 우리나라의 연예인들이 해외 그것도 서양에 여행을 많이 가는 이유는 그 분위기가 좋아서도 있고 편하게 돌아다니고 싶어서도 있다. 그것을 사대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외모가 예뻐서 첫눈에 반하면 그는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사람인가? 그것은 비약이다.

길거리에서 공연하며 서양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들이 가서 인정받으려고 한다는 거야말로 정말 불쾌한 말이다. 그냥 새로운 장소, 해외, 그것도 우리나라가 좋아하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며 가수들이 소박하게 공연을 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것 때문에 봤다.

왜 서양 사람들의 감동받는 표정을 굳이 보여주냐고 하는데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공연할 때는 사람들 표정 안 보여주나? 당연히 감동받고 있을게 뻔하니까 보여줄 필요가 없나? 그러니까 김어준이 너무 그런 쪽으로만 생각하고 그렇게만 보려고 한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거꾸로 서양의 최고 인기 가수들이 왜 우리나라의 길기리에서 공연을 하겠냐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알아볼 거 아닌가. 그러면 애초의 버스킹이라는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지. 핵심은 멋진 풍경과 우리나라 가수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런 곳에서 더 순수하게 무대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고자 한 것이겠지. 그것을 굳이 서양에 대한 선망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그의 시선이 나는 불편하다.

누군가가 열내면서 사대주의적인 주장을 하는게 아니라면 사대주의적인 냄새가 나더라도, 불편해도 넘기는게 맞다. 얽메인게 아니고 그냥 호기심으로 보고 즐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을 불편하다며, 문화 사대주의에 빠져있다며 진지하게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사대주의 안에 갖혀 있다는 말이다.

분명한 것은 비긴어게인이라는 예능에서 서양에 대한 복종이나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마음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설령 서양의 분위기나 도시를 선망하고 멋지다고 생각한들 뭐가 문제란 말인가? 각 나라의 분위기가 다 다르고 그 중에서 원하는 목적에 맞는 도시를 선택하는데 그것을 굳이 의식과 취지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불편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을까?

물론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문화 사대주의, 열등감, 서양에 대한 선망 같은 것이 있겠지. 비긴어게인이 그런 심리가 녹아있는 예능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과도하게 불편해하고 비판하는 것조차도 결국 사대주의에 빠진 거라고 생각해. 단지 가벼운 호기심으로 봤을 수도 있는 내용을 “네가 그것을 본 이유는 문화 사대주의 때문이야! 불편해하지 않는 네가 불편해!” 라고 반발하는 거야말로 과도한 열등감의 표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 대해 복종하고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게 아닌데도 불편해하고 문제삼는다는 것은 결국 심리적으로 서양에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BTS 뽕에 빠져서 우리나라가 벌써 문화적으로 전세계를 앞선 것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직 시작일 뿐이다. 아니, 앞서가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1등으로 인정받는 날이 온다고 해도 그런 예능을 할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1등이었다면 그런 예능을 했겠냐도 하는데, 우리나라가 1등이었다면 그런 예능을 당신이 문제삼았을까? 굳이 급을 나눠서 우리는 이렇게 행동해야돼. 라고 따지고 드는 거야말로 서양에 대한 열등감에서 나온게 아닐까?

굳이 “우리나라는 더이상 이전처럼 하면 안 돼. 이제는 멋지고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이렇게 행동하고 생각해야해.” 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열등감과 허세에 기인한거라는 생각이 든다. BTS라는 그룹이 나옴으로 해서 벌써부터 너무 이른 잔치 분위기를 가지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다. 의식은 아주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현재도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계속 더 발전해나간다면 남이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더 큰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나는 김어준이 의도적으로 만들 필요도 없고 만들어서도 안 되는 의식을 가지라며 강요하는 것 같다. 어떤 관점으로 봐도 비긴어게인이라는 예능을 불편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우리나라 음식을 서양 사람들에게 먹여서 반응을 보는 영상들이 많다. 그것도 서양에 대한 선망이나 그들의 시선에 얽메이는 거라고 할수도 있지. 하지만 가볍게 다른 나라의 반응을 확인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굳이 그것을 서양의 관심만을 궁금해한다며, 다른 나라의 평가를 왜 궁금해하냐며 그럴 필요가 없다며 진지하게 지적하는 거야말로 다른 나라, 타인의 시선에 얽메여있는 것이다. 자부심은 스스로 가지면 된다. 남에게 강요할 필요도 강요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타인이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으로 보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관심법이라도 쓴 것처럼 “너희들은 사대주의에 빠져있어. 그런 창피한 행동이나 생각을 버려!” 라고 참견하는게 옳은가?

김어준은 비긴어게인이라는 예능을 일종의 우리나라의 비굴함? 그런 의식으로 보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또 어떻게 보면 비긴어게인의 제작진, 가수, 시청자들이 김어준보다 더 나라끼리 비교하는 식의 의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방송을 만들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비긴어게인이 김어준이 생각하는 그런 의도로만 만들어졌다면 코로나 문제가 있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하는 시즌은 없었어야 하는게 아닐까? 왜 제작진은 우리나라에서 하는 것을 기획하고 제작했으며, 가수들은 출연했고, 시청자들은 시청을 했을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김어준이 너무 불편한 시각으로만 보려고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지만 김어준이 불편해하는 부분이 실제로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문제삼을 만큼의 노골적인 문제는 없었음에도 굳이 불편하게 느낀다는 것은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의 시각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다. 북한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그 후기를 책으로 냈는데 굳이 그것을 빨갱이, 북한을 찬양하고 국민을 선동하려는 내용으로 보려고 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정리하면 이런 것이다. 이건 열등감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쿨하게 보면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굳이 열등감의 방향으로만, 그런 시각으로만 보면서 이건 열등감이야! 라면서 오직 자기가 보고 싶은 시각만을 강요한다면 그거야말로 열등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거야. 충분히 좋게 보고 좋은 취지로 볼 수 있고 부정적인 측면이 크지 않다고 나는 생각해.

정말 그런 열등감의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면 박정현이나 헨리같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부터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을까? 그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열등감을 몰라서라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미 열등감에서 많이 벗어났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난 그런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 우리나라는 영향력으로는 서양에 딸릴지 몰라도 수준에서 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 그뿐이야.

왜 굳이 서양이냐고 따지는데, 그러면 전혀 생소한 나라들을 찾아다니기라도 했어야 한다는 거야? 그거야말로 억지지. 그리고 잘나가는 손흥민이나 BTS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멋진 일이고, 서양에 가서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들이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건 불편해해야 하는 일이다? 뭔가 이상한 것 같아. 결국 비긴어게인이 사대주의라고 치면 서양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거잖아. 그러면 손흥민이나 BTS는? 인정받은 거잖아. 뭐가 그렇게 달라? 만약 비긴어게인이라는 예능이 서양에서 이슈가 돼서 대박이 터졌다면? 또는 손흥민이나 BTS가 몇년동안 성공도 못하고 실패해서 돌아왔다면?

김어준이 소개하는 손흥민이나 BTS는 국민들에게 우리가 최고야!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해주는 것이고 비긴어게인을 통해서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 가수를 보고 좋아하는 건 열등감과 사대주의를 이용한 관심끌기인가? 비긴어게인으로 우리나라 음악 수준의 자부심을 가질 수는 없나? BTS와 손흥민을 거론하는 것을 사대주의로 볼수는 없을까? 단지 큰 성공과 미약한 성공과의 차이일 뿐 아닌가?

김어준의 말을 그대로 BTS에 적용해보자면 우리나라 언론이나 김어준은 왜 BTS가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것을 크게 다루는가? 그것을 열등감과 사대주의로 볼 수는 없는가?

어쨌든 결론적으로 불편하게 보는 시각 자체가 열등감에서 생긴 것일 수 있다는 거야. 나는 김어준이 불편해하는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고 존재 이유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렇다고 내가 이전에 그런 사대주의나 열등감에 대해 몰랐거나 그런 시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야. 그런 것을 알면서도 비긴어게인은 충분히 분리해서 볼 수 있었다는 거야. 굳이 그런 열등감을 거론하면서 불편하게 보는 건 스스로 열등감에 빠져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지.

그러니까 우리나라 가수들이 이 나라에 와서 노래를 부르다니! 저 사람들이 우리나라 가수들을 보고 좋아해! 놀라고 있어! 대단해! 이런식으로 보지 않는다고… 그냥 “저사람들도 좋아하는구나.” 정도로 본다니까? 유튜브에서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음식 맛보고 맛있다고 하는거 보는 거랑 1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게 열등감이나 사대주의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아. 그냥 가벼운 궁금증, 흥미일 뿐이야.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의 반응이라고 해서 관심 없지 않아.

/20210615
다른 사람이나 나라에 좋은 평을 듣고 싶은 건 원래 본능이다. 그게 과해지면 그걸 국뽕이니 뭐니 비하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과하지 않은 것을 국뽕이라고 비하하는 것도 결국은 그 국뽕, 사대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나오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스스로 쿨하지 못하면서 남에게 쿨해지라는 것이나 다름 없는 태도라는 것이다. 약간 사대주의로 보일 수 있어도 쿨하게 넘길 수 있는 건 넘겨야지. 뭐든 사대주의라며 불편해하는 것이야말로 사대주의에 빠진 사람의 태도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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