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허무했던 이유 (스포 있음)

내가 본 것은 파이널컷인데 뭐 큰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이 영화가 허무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간단히 말해서 초반에 보여줬던 내용과는,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허무한 결말 때문인 것 같다.

영화의 초반 전개로 보면 이정재와 황정민의 화끈한 대결, 액션을 기대하게 만든다. 누가 봐도 그럴 것이다. 초반에 두 캐릭터들의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공을 많이 들인다. 그 자체가 보는 재미가 있고 기대감을 높인다. 그리고 초중반쯤에 두 인물이 만나 첫만남에서부터 멋진 대결을 펼친다. 거기서는 약간 아쉬운 느낌을 받았었다. 그러면서도 “이건 전초전일 뿐이겠지. 후반에 화끈하게 다시 한 번 붙겠지! 결판을 내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다… 후반에는 총질하다가, 수류탄 터져서 같이 죽는다… 이게 뭐냐고… 멋진 중국의 무술, 격투 액션을 기대하게 하다가 갑자기 총 꺼내서 죽이는 허무개그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렇다고 총 액션이라고 할만한게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차 타고 가면서 막 총질하고, 그걸 고개 숙이면서 운전한게 전부다. 액션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결말까지 다 보고 나서 한참 후에 알아차렸다. 이건 신세계 같은 느와르 영화를 만들려고 했었던 거구나… 그런데 그럴거면 초반에 그러면 안 됐었지… 어떤 세력이나 그런게 나와줬으면 또 모르겠는데, 사실 영화에서 보여준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정재와 황정민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결말이라면 뭐하러 태국에 간걸까? 그 비중도 없는 태국 조폭 보여주려고? 한국은 총기소지가 불법이니까? 총쏘는 장면 넣어보고 싶어서? 딸이 납치되기에는 태국이 더 그럴듯하니까? 뛰어나고 천재적인 한국인 킬러 둘이 태국이라는 타지에서 피가 터지는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던 내가 이상한 걸까?

결국 초중반과 후반이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였던 것 같다. 또는 초중반에 흥미와 재미에 힘을 엄청나게 줬다가 후반에 급하게 대충 마무리해버려서 평범하고 뻔한 느와르 영화가 되어버렸다고 볼수도 있겠다.

황정민 딸 역할의 배우는 정말 예쁘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진 않는다.

어떻게 보면 영화 레옹과 비슷하게 만들려고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황정민도 딸을 구하면서 자신은 죽었으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레옹과 아주 다르다. 레옹에서는 레옹과 마틸다라는 캐릭터가 주연이다. 캐릭터의 매력이나 비중 모든 것이 마틸다는 주연이 확실하다고 말해준다. 레옹을 잡으려는 경찰은 아주 매력있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후순위로 밀려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주연은 누가 봐도 주연은 황정민과 이정재다. 황정민의 딸의 비중이나 캐릭터 묘사는 조연급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정재와 황정민의 대결을 그렇게 뭉개버린다고? 이 영화와 레옹은 결말만 비슷할 뿐 방향이나 완성도가 전혀 다르다.

또한 레옹에서는 레옹이라는 캐릭터에 너무나도 몰입하기 때문에 그의 죽음에 먹먹함, 진한 슬픔, 안타까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냥 “이게 뭐지? 결국 이렇게 끝나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나는 황정민의 캐릭터에 감정이입할 수 없었다. 그의 인간적인 면은 별로 나온적도 없다. 그저 딸을 위하는 뻔하고 고리타분한 모습만을 보여줬을 뿐이다. 내가 오직 기대했던 것은 황정민과 이정재의 마지막 최후의 결투였다. 그런데 그게 없었다. 맥이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제대로 감정이입도 할 수 없었고, 만족할만한 액션도 없었다. 다시 말하면 황정민이 딸을 구하는 과정의 부성애를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도 아니었고, 황정민이 이정재에게서 살아남는다거나 대항하는 과정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나는 대단한 것을 바라고 보지 않았다. 신선하고 참신하고 대단한 영화는 애초부터 바란적도 없다. 뻔하지만 재미있는, 그저 시원하고 화려한 액션을 바랐을 뿐이다. 두 개성 강하고 멋진 캐릭터의 흥미진진한 대결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영화는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 아니고 애초에 표현하길 포기해버렸다. 쉽고 허무하고 뻔하게 종결지어버렸다. 그 과정도 너무 성의 없었고 안일했다.

또한 초중반에는 이정재가 정말 뛰어나구나 그래서 황정민을 잘도 찾아내는군. 라고 감탄하면서 봤다면 후반에 가서까지도 아무 근거도 없이 이정재는 황정민과 황정민의 딸을 찾아내버린다. 그리고 그냥 결말이 나버린다… 꼭 디테일하게 과정이 다 나오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는 추측이 가능한 설득력 있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데 나는 그런 것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이정재는 어떻게 알았는지 황정민의 주변 지인을 다 찾아내서 족쳐버린다. 이건 그냥 천재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고는 싶은데 머리쓰기는 싫고, 조폭영화에 자주 나오는 자극적인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주변 지인 캐릭터를 만든게 아닌가 싶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감독의 능력 부족으로 급하게 마무리지었거나, 의도적으로 앞부분만 화려하게 꾸며서 관객을 속인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겉멋만 부린 알맹이가 부실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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