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나의 마더” 후기. 로봇의 생각이 너무 구렸다. (스포 있음)

간략한 결말 정리

로봇은 인간들이 서로 싸우고 죽이는 것을 보고 지금의 인류는 노답이라고 생각하고 거의 다 죽여버린다. 그리고 배아를 부화시켜서 한 명의 소녀를 로봇이 키우면서 로봇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이고 바른 생각을 가르친다.

그러던 어느날 소녀는 다른 인간을 만나면서 여러가지 일을 겪는데 그 모든 사건들도 사실은 로봇이 그 소녀를 교육시키고 테스트하려고 설계한 것이었다. 로봇은 그 소녀가 새로운 인류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그녀에게 부화시킬 수 있는 수많은 배아들을 맡긴다.

내 생각. 그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나는 이 내용이 정말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결국 미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아주 발달한 인공지능 로봇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인공지능이 내린 판단이 고작 그정도라고?

이 세상은 게임이 아니다. 마음에 안 든다고 다 갈아엎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인간사회는 게임처럼 단순하지가 않다. 영화에서처럼 기존의 인간을 다 죽이고 소수의 인간을 아기때부터 다시 제대로 가르친다면 기존에 인간들이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또 겪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 이후는? 로봇도 이전 인류가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 해결책을 찾지 못했으니까 갈아엎은 것이겠지. (만약 해결책을 찾았다면 갈아 엎을 이유도 없었을테고) 결국 인류의 최악의 상황은 똑같이 반복될거라는 것이다. 단지 그 시기가 늦춰지거나 달라질 뿐이다.

결국 갈아엎는다는 것은 당장의 문제에 맞서지 못하고 도망치는 것일 뿐이다. (인류가 스스로 자멸했다면 로봇이 인류의 멸종을 막았으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봇 스스로가 인류를 노답으로 정의하고 기존에 살아있던 인간들까지 모두 학살했다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실타래가 엉키고 꼬였다. 도저히 풀어낼 자신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풀어내는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은 게임처럼 나 혼자서 실타래를 만지는게 아니다.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실타래를 꼬이게 만들기도 하고 풀어내기도 한다. 실타래를 풀어낼 자신이 없어서 불로 태워버리고 새로운 실타래로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결국은 또 똑같이 꼬일 것이다.

물론 새로운 시작을 한 존재는 자기만의 이상향이 있고 방향성이 있겠지. 하지만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진 인간들이 계속 새로 태어날텐데 기존의 방향성, 규칙이 언제까지 유지될까? 결국은 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유일한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그 해결책을 찾아서 역사로 기록하고 계속 교육시켜서 잊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잊으면 반복될테니까.)

나중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이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는 썪었다며 이민을 간다면 그 문제가 다른 나라에서는 안 터질까? 결국은 지금 당장 여기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인류를 갈아엎고 새로 시작했더니 운이 좋게 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류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로봇이 인간을 실험체, 동물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영화에서 그런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로봇이 인간을 멸종 위기 동물 정도로 취급되는 미래?)

그렇게 로봇들에게 제어 당하는 인류는 과연 인류라고 부를 수 있을까? 가축이나 장난감에 불과하지 않은가? 인류가 멸종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일까? 나는 차라리 인간들끼리 열심히 싸우다가 멸종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살아가는 인간들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가족, 친구, 같은 지역, 같은 나라, 지구에서 같이 살아가는 뭐 그런것 말이다.) 그 관계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면 나는 천년 후의 인류에 대해서도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겠지만, 영화에서처럼 인류가 거의 다 죽고 이전의 관계가 전부 끊어진 인류는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 멀리 다른 국가에서 사는 사람도 결국 같은 시대에서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으니까 재난이 발생하면 서로 돕기도 하고 슬퍼하고 안타까워하게 되는데 영화에서처럼 기존의 인류가 전부 죽고 새로운 인류가 생겨난다면 그것은 인간이긴 하지만 기존의 인류라고 부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들이 어떤 사고로 모두 죽는다고 해서, 그래서 인류가 진짜로 멸종한다고 해서 슬퍼하고 안타까워해야 하나? 난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런식으로 인류를 재건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런 생각도 들긴 한다. 만약 극단적인 단체가 정말 인류 대부분을 죽이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려고 한다면, 그것이 성공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역사이고 인류의 변화의 과정이라고 볼수도 있겠지. 또 그런식으로 보면 영화에서처럼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에게 그런 일들을 겪는 것도 자연스러운 하나의 과정으로 볼수도 있겠지.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그것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동물이다. 그 이기심과 지능, 이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인간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의 이기심을 없앤다면 그것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지구에 평화가 찾아오고 인간들이 아주 오랫동안 번성한다고 해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This entry was posted in 리뷰, 사용후기. Bookmark the permalink.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