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의 내용이 너무 실생활과는 동떨어졌다고 생각해. 그냥 등수를 나누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졌다는 거야. 그것을 사람들은 어쨌든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쓸때없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와 노력을 기울인 거라고 생각해. 낭비라는 거야.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나의 이런 생각이 이상적인 것이고, 수능이 현실적인 거라는 거야. 사실 거꾸로여야 하지 않을까? 수능이라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등수를 나눠서 노력과 능력을 평가하는게 비정상이고, 시간을 쓸때없는 것에 낭비하지 말자는게 정상적이고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생각 아닌가?
뭐 그렇다고 내가 대단한 해결책이나 대안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야. 그냥 대학에 들어가긴 쉽고 나오긴 어렵게 한다거나 수능을 거의 없애다시피 하고 해당 대학이나 회사에서 더 직접적인 능력과 지식들을 테스트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그러니까 애초부터 직접적으로 전문성을 테스트하자는 거야. (어쨌든 내 눈에는 수능은 너무 이상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런 거야. 수능 상위권으로 좋은 대학에 가는 그 머리 좋은 아이들의 수년을 쓸때없는 것을 가르쳐서 시간을 낭비시키고 있다는 거야. 그게 얼마나 국가적 손실이냐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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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서 스토리로 풀어내면 이런 느낌이야. 어떤 외계인의 세상에서는 파이 소수점 자릿수를 외우는 것으로 시험을 보는 거야. 그것을 외우는데 10년의 시간을 소비하는 거야. 엄청나게 낭비라고 생각되지 않아? 내 눈에는 수능이 그렇게 보인다는 거야. 별로 쓸 일도 없는 것들로 테스트를 한다는 것. 그것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길다는 거야.
스토리를 이어가보면 인간이 그 외계인에게 물어보는 거야. 인터넷에 수십조 자리까지 다 나와있는데 뭐하러 그걸 외워? (수능도 마찬가지지.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 내용들이잖아.) 그러면 외계인이 대답하지. 그게 현실이라고. 가장 공평하고 공정하다고, 자릿수 잘 외우는 애들이 머리가 좋고 유능하다고, 노력한 성과, 성실함의 결과라고… (그러니까 왜 그딴 쓸때없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냐고…)
그리고 학원도 마찬가지야. 그 쓸때없는 내용들이 수능이라는 시험으로 현실적인 가치가 생기면서 수능 잘 보게 도와주는 학원들도 엄청나게 돈을 벌잖아. 세상의 돈도 쓸때없는 비효율적인 부분으로 새어나가고 있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