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은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드라마에 비해서 완성도가 특출나게 뛰어난 것은 또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어느 한 부분 크게 모자라지 않고 마지막화까지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점을 정말 좋게 느꼈다.
뭐 어린 시절 놀이를 소재로 이용한 것도 핵심적인 매력일 수 있겠지. 드라마를 본 사람들끼리 대화할 내용도 생기고 게임을 같이 해볼 수도 있을테니까. 어떻게 보면 그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는 오징어게임의 성공 요인의 핵심은 “유치하지 않음”에 있는 것 같다.
배틀로얄과 같은 장르의 매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매우 흥미롭고 자극적이다. 그리고 배틀로얄이나 신이 말하는 대로 등등 기존에 오징어게임과 비슷한 장르의 드라마나 영화는 일본에 이미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만든 기존의 것들은 뭔가 일본 특유의 유치한 감성이 있었다면, 오징어게임은 한국식으로 좀 더 세련되고 보편적인 느낌으로 재해석됐고 그래서 전세계 사람들이 거부감을 덜 느끼며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한국 아이돌과 일본 아이돌의 차이랑 비슷한 것 같다. 일본 아이돌은 하늘하늘 거리는 옷을 입고 단순한 율동같은 춤을 추는 느낌이라면 한국 아이돌은 세련된 옷에 파워풀하고 절도있게 춤을 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배틀로얄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생존하기 위해 랜덤하게 받은 무기로 서로를 죽이게 되는 이질적인 분위기가 매력이고, 신이 말하는 대로도 잔인한 생존게임이지만 게임 자체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쥐 복장을 하고 고양이에게 쫓기는 등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게임을 통해서 사망자가 나온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보면서 뭔가 감정이 너무 과잉된다거나 유치하다거나 그런 느낌을 나는 받았었다. 그와 달리 오징어 게임은 사회 문제를 현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차별화가 된 것 같다.
또한 앞에 말했다시피 나는 이 장르의 매력의 핵심은 이질감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존 일본의 작품들은 생존 게임을 통해서 실제로 목숨을 잃게 된다는 부분만 현실적이었다면, 오징어게임은 예쁘고 아름다운 장소에서 어릴 적에 하던 놀이를 한다는 부분 빼고는 모든 것이 현실적이다.
게임에서 지면 실제로 목숨을 잃는다거나 우승자에게는 큰 상금을 준다거나 누가 왜 그런 게임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모두 그럴싸하게 묘사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질적인 느낌이 훨씬 강해진 것 같다.
특히나 게임에 참가하는 등장 인물들이 모두 성인이라는 점도 포인트인 것 같다. 보통은 젊고 어린 학생들이 주인공이어야 더 흥미로울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오히려 성인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게임에 참가하고 어릴 적에 하던 게임들을 통해서 목숨을 잃게 된다는 부분이 이 장르의 매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배틀로얄 장르의 끝판왕이 탄생했다랄까? 또는 최종 완성형을 보여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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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시 정리해보자면 이 장르 자체가 매력이 많은데, 기존의 일본 작품들과는 달리 한국식으로 세련되고 유치하지 않게 표현해서 훨씬 보기 편하고 좋았다. 또한 그래서 주변 지인에게 추천하거나 내용에 대해서 같이 대화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성공에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배경이나 상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이 장르의 매력인 이질감이 한층 극대화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