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썼었지만 삶은 결국 별것 아니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수도 없고, 이전의 순간을 완벽하게 기억할수도, 되돌릴수도, 멈출 수도 없다. 그저 불완전하게 기억할 뿐이다. 그런 일이 었었다고, 내가 진짜로 온전히 존재한다고 착각할 뿐이다.
하지만 주관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나는 어쨌든 분명히 지금 살아있다. 나는 무엇인가를 의미있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너무 소중하다.
내 삶이나 내가 가진 어떤 것, 가족, 평화 등등… 나에게 정말 큰 의미를 지니는 것들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느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은 이거다. 절대적으로 보면 나도 별것 아니고 내 삶, 이 순간도 별것 아니다. 모든 것이 허무하다. 객관적으로 그게 사실이다. 지구는 우주에서 먼지보다도 작고, 지구에서 인간은 역시 너무나도 작고, 인간의 수명은 찰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관적인 관점으로 보면 내 삶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던 것들을 잃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것이 두렵고 슬픈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결국 내가 지금 행복하고, 내 삶을 의미있게 살려면 나는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만 한다. 그러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정말 소중하게 여겨야만 한다. 그러면 그것을 잃는 것이 두려운 것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단지 죽음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고, 그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서 나를 절대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할 뿐이다.
결국 삶을 소중하게 느낄수록 슬픔과 공포는 더욱 강해지고 공포를 덜 느낄수록 삶을 더 객관적이고 절대적으로, 사소하고 무의미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그 괴리 앞에서 이리저리 흔들릴 수밖에 없고, 흔들려야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종교가 답이 될수도 있는 것 같다. 내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 수 있고 죽음까지도 끝이 아니라고 믿게 될 수 있으니까.)
내가 무엇을 이루든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으면서도, 내가 당장 죽어서 내가 이루고 싶고 만들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하고 죽을까봐 너무 두렵기도 하다.
그러니까 어쩌면 열심히 잘 살다가 후회 없이 죽는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죽음을 무서워할수록 삶을 정말 행복하게 잘 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