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웨이브에서 해주길래 그냥 한 번 봤다. 사실 내가 좋아할만한 영화는 아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끝까지 보게 됐다. 그렇게 웃기지도 않고 액션도 뭐 별것 없는 것 같고…
그래픽의 화려함? 영상미? 화려하다고 할수도 있지만 나한테 그렇게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끝까지봤냐면… 어떤 결말이 날지가 궁금해서였다.
여주인공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던게 아니고 어떻게 딸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그게 그건가?) 결말의 내용은 초반에 던진 내용들, 메세지와는 다르게 그닥 대단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딸의 마음을 바꾸는 설득의 내용이나 메세지가 그렇게 수준이 높거나 심오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그런 대단한 내용을 바란 내가 욕심이나 기대가 과했던 것도 같다.
이 영화에서 기억나는 메세지는 가족을 내버려두거나 방관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같이 가라는 것과 착하고 상냥한 것도 하나의 무기? 생존 방법이라는 거였다.
확실히 초반부터 던진 화두? 메세지들은 다 내가 흥미를 가지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결말에서는 그냥 평범하고 뻔한 착한 결말이었던 것 같다.
또한 재미의 영역으로 봐도 초반의 거창한 다중 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흐지부지 된 것 같다. 내가 영화를 제대로 안 봐서 그런 것도 같다. (영화에서는 충분히 나왔지만 난 흥미를 못 느껴서 그냥 지나친 느낌?)
초반에는 싸움으로 지구를 지키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딸의 동성애를 이해하지 못했던 주인공이 여러가지 다중우주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딸을 이해하게 되어간다는 그런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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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내용은 절대적 시선의 허무함이었다.
딸은 모든 다중우주의 자신의 능력을 흡수해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정확하지 않을수도 있다.) 그런 딸의 결론은 이 세상은 허무하다는 것이다.
초중반까지 딸은 정말 거창하게 이 세상의 진리를 다 알게된 것처럼 표현된다. 하지만 사실 딸은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우니까 절대적인 시선으로 도망쳤던 것이다.
그런 딸을 보면서 나도 뭔가 뜨끔 했다. 나도 그런식으로 도망칠때가 자주 있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 세상은 정말 허무한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게 절대적인 시선으로만 보면 이 세상은 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삶을 최대한 주관적으로 봐야 하는 것 같다. 바라보는 내가 없으면 이 우주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고 내가 우주를 바라봐야 우주도 존재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난 딱 한가지. 죽음에 대해서는 끝까지 절대적인 시선으로 보려고 한다. 죽음은 피할 수도 없고 내가 죽은 이후 나는 정말 완전히 사라질테고 그것은 절대적인 영역이니까…
내 죽음까지 주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자신은 없다. 죽음을 주관적인 시선으로 보면 너무 슬프고 외롭고 고통스럽고 무섭기 때문이다.
그냥 삶과 이별하는 거라는 생각도 든다. 시간이 지나면 친구, 가족, 애완동물,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등등 그 무엇과도 어떤식으로든 이별하게 되어있는 것처럼 삶과도 언젠가는 이별을 해야 한다.
그 이별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아니 이별을 받아들인다기보다는 죽음을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삶을 잃어버린다거나 빼앗긴다는 식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삶을 만남으로, 그리고 죽음을 이별로 보는게 내가 더 받아들이기 편한 시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