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어렸을 때는 그게 그렇게 무서웠다. 내가 죽은 후에 이 세상이 아무일 없는듯이 굴러가는게… 내가 죽으면 나는 아무것도 못 느끼겠지만서도, 왠지 너무 무서웠다.
내가 그것을 무섭게 느꼈던 이유는 암흑 속에서 이 세상이 내가 없었던 것처럼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던 것도 같고 (그러니까 이건 막연하게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했었나보다. 무슨 천국이니 영혼이니 그런 것을 믿는 것은 아니었고…) 또는 내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애초에 없던 존재처럼 잊혀질 것을 상상하며 그 상황을 약간이나마 실감하게 되니까 그게 너무 무서웠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지금도 뭐 세상 사람들 대다수는 날 모르는데? 그것에는 왜 두려움을 느끼지 않지?)
아무튼 그랬었는데, 방금전에 유튜브에 있는 바보들의 행진(1975) / The March of Fools (Babodeul-ui haengjin)라는 영상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 이건 내가 태어나기 10년 전에 나온 영화네? 그런데 왜 난 이것을 보면서 무서워하지 않지?”
보통은 내가 태어나기 전의 세상을 사진이든 영상이든 어떤 것으로든 접하게 되면 신기하게 느낀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득 “내가 없을 세상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내가 없었던 세상에도 두려움을 느껴야 맞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라는게 그렇게 가볍게 여길만한 일인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없었던, 존재하지 않았던 세상도 참 잘 굴러갔었구나… 도대체 나는 뭔가… 이 세상은 뭔가…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나… 내가 없던 세상은 괜찮은데 내가 죽고 내가 없을 세상은 왜 무섭고 슬프게 느꼈지?
그냥 그런 잡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