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이사와서 우리집에는 벨이 없다. 그래서 누군가 방문하면 큰소리로 부르거나 문에 노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시골에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우체국 집배원, 기사님이 문을 너무 강하게 쾅! 쾅! 쳐서 놀랬었다.
“시골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사시니까 그러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색은 안 했지만 좀 불쾌했다. “그렇게까지 세게 치지 않아도 다 들릴텐데…”
그런데 최근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우체국 집배원 분이 바뀐 것 같은데 이분은 문을 치는 건지 안 치는 건지 소리가 하나도 안 난다…
그래서 며칠전에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문 앞에 붙어있었고(사실 그 때는 개들이 짖기는 했는데 난 그냥 택배기사님이 문 앞에 택배 놓고 가는 줄 알았었다.) 오늘도 개들한테 간식 주는데 뭔가 기분이 쎄한 거다. (진짜 소리가 하나도 안 났다. 개들도 간식에 정신이 팔려서 그런지 거의 짖지도 않더라.)
호다닥 급하게 문으로 달려가봤더니 창문으로 오토바이가 보였다. 문을 열어보니 집배원님이 문을 등지고 뭔가를 하고 계셨다.
또 사람이 없는 줄 알고 가려고 하신 거다…
아! 문을 어설프게, 약하게 치는 것보다 쾅! 쾅! 시끄럽게 치는게 훨씬 낫구나!!! 이전 집배원님의 깊은 뜻을 내가 몰랐었구나…
어쩌면 내가 시골에 적응하고 무뎌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말씀드려야지.
소리 못 들을 수도 있으니까 문을 강하게 쳐달라고 말이다. (애초에 초인종이 없는 집이 문제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