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극단적으로 짧은 경우만 아니라면 아주 오래 살든 짧게 살든 죽는 순간에 그간 살아왔던 순간이 주마등 스치듯 빠르게 떠오르는 것은 마찬가지일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어차피 그 순간이 누구에게나 올 수밖에 없고 그 순간에 느끼는 것은 누구나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천년을 살든 수만년을 살든 결국 죽음의 순간이 오고야 만다면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또한 시간은 너무나도 상대적인 거라서 인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을 사는 생명에게는 10년의 시간도 무한대처럼 긴 시간일 수 있고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1억년도 찰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100년 정도 살면 상당히 오래 사는 것이고 그 시간을 기준으로 오래 살고 짧게 살고의 기준이 나뉘는 것이다. 또한 그 기준으로 오래 산다고 해도 죽음이 아쉽지 않을리가 없다.
결국 모든 기준이 상대적인 것이긴 하다. 오래 행복하게 산다면 그건 나쁜게 아니다.
하지만 너무 연연하고 집착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 상대적인 기준 때문에 너무 슬퍼하고 억울해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앞에 말했듯 결국 죽음의 순간의 과정은 모두가 다 거의 동일할테니… 이미 지나고 난 시간은 돌이키고 싶은 추억에 불과한 것이다.
아무리 오래 산 사람도 다시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흐르는 시간 앞에서 인간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인간들의 기준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너무 짧게 살고 갈 수밖에 없다면 억울하고 슬플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게 볼 수 있는 관점도 있다는 것이다. 슬프고 억울해하다가 가기보다는 조금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덜 아프게 느끼려고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진짜 승리자는 이미 오래 산 사람들이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심장 쪽에 이상이 생기고 나서부터 모든 인간에게 죽음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어이없는 사고로 죽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결국 그 누구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래 산 노인이 부러운가? 이미 지나간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부럽지 않다.
슬프고 안타깝고 허무한 것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삶 그 자체인 것 같다. 그런 한계 때문에 생명이 소중하고 의미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무한대의 시간동안 한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만 시간의 흐름에 얽메이지 않는 불멸의 삶일텐데. 그건 그냥 돌의 삶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