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하늘나라로 갔다. + 자살에 대한 짧은 생각 (인생) (mdgg)

8시 50분 쯤에 갔다. 몇시간동안 힘들게 숨을 쉬더니 결국 숨을 못 쉬겠는지 입을 벌리고 몇초간 괴로워하다가 숨을 쉬지 않았다.

끊임없이 괜찮다고 말해줬다. 계속 옆에 있겠다고 말해줬다. 미안하고 고맙고 만나서 반가웠다고 말해줬다.

죽을 것 같은 순간부터 죽은 이후로 20분간은 그렇게 쓰다듬어 주면서 계속 말해줬다. 심장이 멎고 나서도 뇌는 한동안 살아있고 특히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서이다.

그게 내가 고양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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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났다. 그런데 그 이유는 고양이가 죽어서, 불쌍해서라기보다는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고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아쉬워서였던 것 같다.

다시 말해 내 개인적인 이유였던 것 같다. 죽음은 슬픈게 아니다. 죽은 대상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산 사람의 그리움이 슬픈 것이다.

또는 미안함과 후회,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죽으면 자기만 손해인게 아니라. 죽은 사람 보다는 그를 소중하게 여겼던 나머지가 손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살은 당사자보다 주변과 사회에서 더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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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 몸도 안 좋았는데 고양이를 떠나보내고 나니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슬픔도 있지만 고양이의 죽는 모습을 본것으로 내 죽음까지 떠올리고 상상했기 때문인 것도 같다.

그래도 나는 살겠다고 꾸역꾸역 밥을 먹고 있다. 고양이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겠다며 데려가서 이제는 내 방에 없다.

나는 고양이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 외로움을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반은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반은 이번엔 정말 힘들거고 이겨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글을 쓰는데 비가 온다. 고양이의 죽음을 같이 슬퍼해주기라도 하듯…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그렇게 느껴져서 더욱 우울해지는 것 같다.

과거의 경험상 나는 지금 고양이가 죽었다는 것, 고양이의 빈자리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그 감정을 몰아서 한 번에 맞을 것이다.

항상 나는 그랬었다. 뒤늦게 실감하고 깨닫고 후회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른 것도 같다. 난 사실 그간 고양이를 조금 귀찮게 생각했었다.

고양이가 아프기 시작한 이후에는 의도적으로 그런 감정을 억제했지만, 그 전에는 찡찡대는 고양이가 자주 귀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내 방의 고요함과 적막, 썰렁함이 너무나도 생소하게 다가온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것 같고 가슴이 갑갑하다.

내가 뭘 하든 항상 어딘가에서 잠을 자던 고양이… 고양이는 존재만으로 내가 혼자가 아님을 계속 인식시켜주고 있었다.

앞으로 아마도 자주 그럴 것이다. 뭘 하다가도 고양이가 어딘가에서 앉아 있거나 잠자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다가 이제 더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무너지겠지… 내가 얼마나 고마운 대상을 귀찮게 여겼는지 뼈저리게 후회하겠지…

나만을 바라봐주던 고양이가 나의 자존감과 행복을 얼마나 올려줬는지… 내가 고양이를 키우고 챙겨줬던게 아니고 내가 고양이에게 정말 큰 것을 받고 있었던 것 같다.

고양이가 죽기 전까지는 남들도 다 그런 이별의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며 이겨내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처럼 방구석에만 처박혀있는 사람에게는 고양이의 빈자리가 그것보다 몇십배, 몇백배는 더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과거에 키우던 고양이가 죽고 나면 이제 앞으로 절대 고양이든 개든 키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 마음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마음이 약해졌음을 느낀다. 왜 배우자를 잃고, 가족을 잃고, 친구가 없이 홀로 지내는 사람들이 동물을 키우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그냥 외롭고 쓸쓸해서 정도가 아니고 그런 감정을 교류할 대상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아서가 아닐까?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할 정도여서가 아닐까?

어쩌면 나도 내가 살기 위해 동물을 입양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물과 지내는 행복만큼 떠나보낼 때 미안함과 후회와 슬픔도 크다는 것을 이제는 더 확실히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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