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매일 아침, 저녁마다 사료와 물을 갈아주고 화장실을 청소할 필요가 없다.
더는 내가 키우던 식물을 고양이가 뜯어먹을까봐 페트병으로 벽을 만들어놓을 필요가 없다.
더는 고양이가 이불 속에 있는지 조심할 필요가 없다.
더는 청소기를 돌릴 때 중문을 열어놔서 고양이가 숨게 하지 않아도 된다.
더는 청소기를 돌리고 나서 먼지통에 고양이의 털이 한웅큼씩 나오지 않을 것이다.
더는 고양이 콜록거리지 말라면서 청소 후에 물걸레질을 안 해도 된다.
더는 혼자 조용히 있다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도 그것은 고양이가 내는 소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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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살아가면서 더는 이전처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울컥한다. 그정도 일들은 평생 할수도 있고 할 때가 너무 그립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세는 내가 고양이에게 지고 있었다. 오랜 시간을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하루종일 같이 지내와서 더 그리워지고 슬픈 것 같다.
그리고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은 당장 고양이가 건강하게 돌아온다고 해도 반가워하는 것도 잠시일 것이고 또 나는 무관심할 것이라는 것이다. 고양이를 심심하게 한 것 같아 미안하긴 하지만 고양이도 나이가 들었으니 그게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는 그냥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었고, 나는 그것이 그리운 것이다. 내가 이기적인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