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그 어떤 아이돌이든 스포츠스타든 응원하고 성공을 바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페이커가 성공한다고 해서 나한테 오는 이익도 없다. 그냥 그가 잘되면 기분이 좋은 것이다.
계기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냥 페이커가 내 눈에 들어왔고 좋아지게 됐다. 그래서 페이커를 응원하며 행복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며 재미있는 시간들을 보냈다.
페이커나 티원이 단지 유명하고 성적이 좋으니까 생각없이 좋아하게 된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그게 뭐가 문제이고 어떤 잘못이 있나?
그 이상의 어떤 대단하고 고귀한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것인가? 다수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보석 같은 선수와 스토리를 알면 다른 팀을 응원하게 된다? 그게 왜 더 낫고 옳은 것인가? 왜 그래야 하지?
그런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아마도 롤을 좋아하는 사람이겠지. 그런 사람이야말로 어떤 부분에서는 티원과 페이커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티원과 페이커로 인해서 롤의 인기는 더 높아지거나 유지가 되고 있다. 물론 티원과 페이커가 없었어도 다른 스타로 인해서 인기가 유지됐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가정일 뿐이다.
현재 페이커의 영향력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재 페이커로 인해서 당신이 즐기는 롤과 롤 대회가 유지되고 흥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페이커가 은퇴한다고만 해도 롤의 인기는 훨씬 더 빠르게 시들해질 거라고 생각한다.(나만 해도 그렇다. 사실 지금은 게임을 하고 있지도 않고 페이커 보는거 아니면 대회나 경기도 전혀 안 보고 있다.) 당신이 즐기는 게임과 리그가 위축되고 작아지고 시들해지길 원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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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가 페이커를 좋아하는 이유는 페이커가 완벽하지 않은 보통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 페이커도 인터뷰나 방송에서 보여주는 바른 이미지와 일상에서의 모습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그 오랜 기간동안 큰 사건 사고 없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고맙다. 7년 만에 롤드컵 우승이라고는 하지만 그 사이에도 계속 좋은 모습과 높은 성적을 보여줬다.
페이커는 프로게이머들에게도 고마운 사람일 것이다. 페이커의 모범적인 이미지로 프로게이머의 이미지도 좋아졌고 긍정적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오버한다고? 만약 페이커가 악동 이미지에 사건 사고를 많이 일으켰다면 어땠을까? 가뜩이나 씹선비의 나라에 게임, 만화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대한민국에서 그랬다면 정말 게임이나 프로게이머는 좋은 먹잇감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성공한 스타들 중에는 활동을 중단하거나 느슨해지는 경우도 많다. (나는 비교를 하려는게 아니다. 나는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번 이후에 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하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페이커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줬다.
팬은 좋아하는 스타를 응원만 하면 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잠깐 쉴수도 있지만 스타는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과 절제와 희생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페이커는 오랜 시간을 계속 그자리에 있어줬다.
페이커가 티원에서 계속 있어준 것도 고맙다. 그것은 페이커에게도 이익이 된다거나 이해관계가 맞아서 그런거 아니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다른 대부분의 팀들은 정체성이 생기려고 하면 선수들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특정 팀에 감정이입, 몰입을 하며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어떤 이유로든 페이커는 티원에 계속 남아있어줬다. 물론 티원도 페이커에게 맞는 대우를 해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겠지. (팀을 옮기는 선수들을 탓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대부분의 팀, 선수들과 비교해서 페이커와 티원과 계속 함께 해줘서 좋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티원과 페이커에게 계속 감정이입하고 몰입하며 응원할 수 있었고 내가 재미를 느끼고 행복할 수 있었다. 그 이유 때문에 페이커와 티원이 유독 인기가 많은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리하면 페이커가 계속 그자리에 있어줘서,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게 해줘서, 그의 팬인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그래서 나는 더욱 페이커를 응원할 수밖에 없고 이미 페이커에게 받은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페이커가 은퇴를 하더라도 항상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