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는게 너무 무섭다.
내가 지금 여기 이렇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데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고?
말도 안 돼…
너무 허무하잖아.
내가 생각하는 죽음은
나 혼자 어두운 땅 속으로 꺼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죽어도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잘 돌아가겠지.
내가 처음부터 존재한 적 없었던 것처럼…
나의 죽음을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면 덜 허무할까?
오늘 그가 사망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어차피 죽으면 끝인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여러가지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우주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고
펑
(우주 터지는 소리)
우주가 끝나기 한참 전에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윽…
(인간의 마지막 음성)
이 세상도 지금처럼 영원히 이어지는게 아니고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것이고
나만 쓸쓸히 사라지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우리는 가상 현실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세상이 진짜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인간은 과거의 일을 너무 잘 잊고 착각도 자주 한다.
와 이거 예전에 봤던 영상이구나…
나 댓글까지 달았었네…
내 정신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면 너무 불완전해서 내 스스로 왜 좌절하지 않는지 의아할 정도다.
내 기억력 심하게 허접한데…
내가 좌절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할거라고 생각해서 안심하는 것도 있고, 큰 문제가 아니라고 뇌가 나를 계속 세뇌하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뇌 : 남들도 다 그래~
별일 아니야~
그, 그렇지?
뭐 어쩌겠어.
감수해야지…
내가 죽고 나의 모든 것을 그대로 복제한 복제 인간이 만들어진다면
나 다시 살아났어~
이 세상과 복제인간의 입장에서는 내가 되살아난게 맞다.
하지만 나의 입장에서 보면 그 복제인간이 정말 내가 맞는 걸까?
또 그렇게 생각하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정말 같은 존재일까?
5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시 말해서 굳이 복제인간을 꺼내지 않더라도 10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와 10년 후의 나, 매 순간의 내가 다 다른 존재인 것 같다.
또 다르게 말하자면 매 순간 나는 계속 죽고 새로운 내가 매 순간 생겨나는 느낌이랄까.
그 말은 죽음이라는 것은 그저 새로운 내가 생겨나지 않는 것일 뿐이고 설령 내가 죽지 않아서 미래에 내가 살아가고 있더라도 그것은 지금의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또한 진짜 나는 방금전에 외계인에게 납치됐고 지금의 나는 교체된 복제인간이라고 말해도 나는 그 말이 거짓이라고 반박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내 의식이 쭉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에서 그림이 빠르게 바뀔 뿐인데 그림이 움직인다고 느끼는 것처럼
우리 의식도 사실 끊어져 있는데 뇌가 의식이 계속 이어진다고 착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영혼은 어떨까?
저한테는 영혼이 있어요!
그, 그렇구나.
(고작 두 살짜리의 영혼에는 뭐가 들어있으려나…)
길어야 100년 정도를 사는 인간이 우주보다도 더 오랜 시간 존재하는 영혼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과한 욕심 아닐까?
내 자아는 분명히 존재할까?
당연하지!
그 자아라는 것이 가상일지도 모르는 이 세상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게 문제겠지.
이 세상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 세상과 구분되는 나 또한 존재할 수 없었을테니까.
예를 들어
내가 갑자기 정말 아무것도 없는 암흑 속에 던져졌다고 생각해보자.
내 육체까지도 사라지고 오직 자아만 남은 상태이다.
여긴 어디지?
어떻게 된 거야?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고 공포에 휩싸이고 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을 고민하겠지.
그 상태에서 정말 긴 시간이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
미쳐버릴까?
나는 오히려 어둠 속에 스며들어 평화로운 상태가 될 것 같다.
나와 내가 아닌 것이 구분이 되지 않으니까 나라는 존재 자체가 점점 희미해지다가 결국 사라질 것 같다.
앞의 내용을 정리하면 나는 이 세상, 나의 정신, 영혼, 자아 그 모든게 불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의미가 있는 게 있긴 할까?
떠올려보려 노력해도 떠오르는 게 없다.
나와 이 세상을 만든 신을 만나면 달라질까?
얘들아 안녕?
내가 시뮬레이터로 너희들이 살고 있는 우주를 만들었어.
신을 만나본 소감이 어때?
막 떨리고 그래? ㅎ
저게 우리 창조주?
아 인생 진짜 더럽게 허무하네…
난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우리 인생은 게임장에서 게임을 한 판 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어?
갑자기 내가 생겨나서 게임을 하고 있네?
모두가 목숨 딱 한 개씩만 주어지고 시간제한까지 있는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이 끝나면 나도 사라진다.
그 게임 한 판을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무하다며 도중에 그만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딴게 다 무슨 의미야!
더럽게 허무한 세상!!
나 안 해!
맞는 말이긴 해.
허무하지.
아무 의미 없어.
그런데 뭐 어쩌겠어.
기왕 하게 된 게임, 나만의 의미를 찾고 부여해가며 한 판 재미있게 즐기고 가면 되는 거야.
오 아이템 먹었다!
대박!!
(추가 내용)
얼마 전 다른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고 오직 나만을 좋아해 주던 고양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그 고양이를 이제 다시는 영영 볼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며 현실, 삶이라는 것이 너무 두렵게 느껴졌고 이토록 허무한 삶을 왜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었다.
그런데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고양이와의 만남의 순간을 말이다.
출근하시던 엄마가 새끼고양이가 어미에게 버려진 것 같다며 집으로 데려가라고 하셔서 비쩍 말라서는 조금도 나를 경계하지 않고 다가오던 그 조그마한 새끼 고양이를 내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집으로 데려왔었던 만남의 순간을 기억해냈다.
고양이와의 만남의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에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을 잃어버렸다는 생각만 들었던 것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떠오른다.)
나는 인정해야 한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음을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도 있음을
성장이 있으면 노화도 있음을
내가 불과 몇십 년 전에 태어났다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에, 내가 태초부터 존재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착각했기 때문에 죽음이 두렵고 억울했던 것이다.
생명을 선물 받았다면 되돌려주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의료, 과학이 발전해서 오래 살 수 있게 되더라도 거부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내가 결국은 죽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때가 왔을 때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