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막는 방법, 막아야 하는 이유

구글 번역 : 영어
분류 : (텍스툰)

어릴 때 도전만화에서 자살소년이라는 웹툰을 그렸었다.
처음에는 그냥 자살을 개그 소재로 썼었는데 점점 욕심이 생겼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고 싶었고 내 웹툰으로 자살률이 조금이라도 내려갔으면 하는 욕심까지 가지게 됐던 것 같다.
그래! 다시 힘내서 열심히 살아보자!

그런데 아무리 고민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도저히 생각이 안 나!

내가 자살을 시도할만큼 힘들어 본 적도 없고 힘들어 한 주변 사람도 없어서 공감할 내용을 쓰지 못했던 것도 있겠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좋은 창작물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큰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만을 이용해서 너무 편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다.

또한

너 그렇게 평생 패배자로 살거야?

경쟁에서 뒤처지면 그걸로 인생 끝나는 거야!

힘내!
지나가면 다 별 일 아니야!
넌 이겨낼 수 있어!
나중에 돌이켜보면 살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날이 분명히 올거야!

나는 오직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만 문제가 있다는 듯이

그들이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는 듯이

그들의 주변이나 이 사회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우리 사회는 타인의 힘듦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서 일어나.
언제까지 그렇게 주저앉아 있을 거야?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며
언제까지나 남이 도와주고 일으켜줄 수 없으니 스스로 일어서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교통 사고를 당한 것처럼
크게 다쳐서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의 치명적인 상태일 수도 있다.

또한
빨리 먹어.
다들 먹기 싫어도 참고 먹는데 왜 너만 유난이야?

어떤 일을 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며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서 반찬투정을 하는 것처럼, 단지 적성에 맞지 않아서 투덜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을 먹었다가 기도가 부어올라 숨을 쉬기 힘든 상태처럼
매우 위급한 상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사자가 자기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트린다는 관점보다는

전쟁터에서 다친 전우를 부축한다는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인간이 강아지를 만지고 쓰다듬는 것처럼 사소하고 작은 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면서도
작고 사소하게 보이는 일로 큰 상처를 입고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은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 같다.

힘든 일 그 자체로도 괴롭겠지만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것이 그들을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치 내가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만 특이하고 이상한 거니까 내가 사라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힘들어서 고민 상담을 하면

나 너무 힘들어.
어제도…

뭐야~
겨우 그 정도였어?

내가 아는 사람은 너보다 훨씬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더라!
너는 힘든게 아니야!

왜 누가 더 힘든지 비교하고 대결시키려는 걸까?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위로는 못 해주더라도 힘듦을 부정해서는 안 되는게 아닐까?

저는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지금은 우울증 약을 먹고 있고 일을 하다가 다쳐서…

···.


사람들에게 자살을 할 정도로 힘든 상태라고 인정을 받아야만 할까?

그 기준에 못 미치면 나약하고 한심하다고 욕을 해도 괜찮고?

사람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다.
정상과 비정상이 따로 있는게 아니고 그저 다 다를 뿐이다.

누군가가 별일 아닌 것 같은 이유로 자살을 했다면
그 사람을 나약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누군가는 그런 일로 자살을 할 만큼 힘들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자살이 이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뭐? 이민을 가겠다고?
무책임하게 도망치겠다는 거야?
주변 친구, 가족들은 생각 안 해?
그리고 이민 가면 지옥으로 떨어진다더라!

탓하고 책임만 강요하고 겁주는 것으로 이민을 막을 수 있을까?

네가 이민을 가면 너무 슬플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네가 이민을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왜 이민을 가려고 하는 것인지 알려줄래?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고 싶어.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줘서 이곳에서 더 살고 싶도록 만들어야 이민을 떠나는 사람의 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각자 바쁘고 다 먹고 살기 힘든데 남을 도와줄 여유가 어디 있냐고 따질 수 있다.

하지만 이민을 떠나는 사람을 도울 때 드는 에너지, 비용보다 이민을 떠나는 사람이 줄어들었을 때 얻는 사회적, 경제적 이익이 더 클 수도 있는 것이다.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상용화되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꾸준히 전세계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 원인이 유독 한국인이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먹고 살기 힘들어서, 경제적인 문제라고 보기에는 한국은 잘 사는 나라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건 우리 사회에 뭔가 다른 문제가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기침이 감기의 증상 중에 하나인 것처럼
자살도 사회가 병들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 중에 하나일 수 있다.

자살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고 사회 전체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힘들어.)
(압박감이 너무 심해.)
(희망이 안 보여.)
(경쟁에서 뒤처지면 끝장이야.)

지금의 한국 사회는 개인의 고통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개인끼리도 내가 힘드니까 다른 사람도 편하면 안 된다며 서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
돈 좀 벌었다고 언제까지 노는 거야?
그러면 기다리는 팬들은 뭐가 돼?
성공하고 나서도 꾸준히 활동하는 스타들을 보고 배우는게 없나?
진짜 프로의식이 없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누군가를 자살로 내몬 고통은 어쩌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계속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걔가 자살해서 내가 다 떠맡았잖아!
그런데 정말 힘들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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