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나를 동물을 괴롭히고 죽이는 사람으로 의심하고 확신하기까지 한다
도대체 내가 무슨짓을 했길래?
너무 화가 났고 억울했고,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나를 그렇게 본다는 것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너무 불쌍했다
엄마가 집에 없을 때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이 아프기라도 할까 전전긍긍했던 시절이 있다
그럼에도 동물은 어떤 일로든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도, 나도 그렇지 않은가?)
결국 어느날 키우던 개가 죽었다
곧바로 나를 의심하고 차가워지는 엄마였다 (바로 며칠 전에 나를 의심하지 좀 말라며 엄마에게 짜증을 냈었고, 미안하다며 사과했던 엄마였다)
사실 내가 어릴 때부터 그랬었다
분명히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으니까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해도 인정도 수긍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나는 수십년간 실감을 못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차가워진 엄마의 대응을 보고 나서 이제서야 나는 실감하게 된 것이다
엄마가 진심으로 내가 동물을 괴롭히고 죽인다고 의심을 넘어선 확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너무 늦게 실감을 하게 된 것이다 (난 항상 그랬다 수십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본질을 알아차렸던 일들이 많다)
그 일 이후 나는 동물에게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전에는 조금이라도 동물들을 위해주려고 노력했고 혹시라도 동물들이 다칠까 전전긍긍했었다면, 그것이 전혀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동물들이 어떻게 되든 신경도 쓰지 않으려고 했고, 인사를 하고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절대 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모든 행동들이 내 정신적이 방어벽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그 일 이후 나는 엄마와 다시는 안 보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었다
엄마와 다시는 보지 않기 위해 “어떻게 엄마가 자식한테 그럴 수가 있느냐”며 엄마를 악마화하고 그 마음을 계속 더 견고하게, 강하게 만들기 위해 계속 그런 생각만을 하며 내 스스로를 괴롭히고 고통 속에 빠트렸었다
너무 불행했다
그러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쓰는 글이나 만드는 웹툰에서는 세상을 다 살고 세상에 대해 통달한 것처럼 굴면서 현실은 너무 속이, 시야가 좁은 것 아닌가?
그래서 좀 더 객관적이고 넓은 시야로 보려고 노력했다
“엄마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내가 다 잘한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엄마를 이해, 인정하고 나니까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그냥 엄마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나를 그렇게 보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그런 엄마와 같이 지낼 수 없는 것 뿐이다”
그러니까 결국 엄마와 거리를 두겠다는 나의 행동, 대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그런 엄마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나니까 그제서야 내 행동과 결정도 자연스럽게 강하고 분명한 정당성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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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영생도 마찬가지다
내가 단 하나의 존재가 아니고 계속 변화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바로소 영생이라는 시스템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