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억 년 버튼’이라는 만화에서는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천만 원을 받을 수 있어

그런데 사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누른 사람의 정신이 아무것도 없는 가상 세계로 이동해서 혼자 5억 년의 시간을 견뎌야 해

시간을 다 채우면, 다시 버튼을 눌렀을 때로 돌아오게 되고
5억 년간의 기억을 잃게 되기 때문에, 그냥 천만 원을 받는 것처럼 느끼게 되지

나는 그 버튼을 누르지 않을 것 같아

5억 년간 고통받는 존재가 나라기보다는
지구 반대편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누군가이고
그렇게 생산된 제품을 내가 저렴하게 구매해서 물질적인 이익을 얻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져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는 실체가 있지만
가상 세계의 나는 기억도 사라졌고, 실체가 없지 않냐고?

나는 타인도 실체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타인이 나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가진 존재인지 나는 알 수 없어
그저 나와 비슷할 거라고 짐작할 뿐이야
그래서 내가 타인을 얼마나 의미 있게 여기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
나는 나의 행동으로 그 누구라도 고통받는 것이 싫은 거야

그리고 가상 세계에 갇힌 것이 내가 아닌 ‘나와 닮은 타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거꾸로 타인은 ‘나와 덜 닮은 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나의 범위를 동물이나 식물까지 넓히는 것도 가능할 거야
결국 다른 생명을 배려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행동이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