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를 보낸 이야기

나미는 내가 키우던 고양이다

구글 원 앨범 용량 정리를 하다가 나미 영상을 보게 되었다
찾아보니 대략 나미를 보낸지 2년이 된 것 같다

나미는 언젠가부터 밥을 먹지 않았다

나는 그때도 몸이 좋지 않았었고 그저 밥을 먹지 않는 고양이에게 치료식이라는 사료를 사서 먹여볼 뿐이었다
사료를 물에 불려서 주사기에 넣어서 강제로 먹이면 된다고 해서 시도해봤는데, 계속 나미가 거부해서 실패했다

가끔 새로 산 간식을 조금 먹기는 했지만 결국은 어떤 음식도 먹지 않게 되었다
나는 나미를 그냥 집에서 편하게 보내주기로 했다

사실 나는 내가 편하려고 그랬다고 생각한다
강제로 먹이면서 방이 더러워지고 먹고 나서 또 토할 수도 있고…
나는 그 과정을 감당할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여기는 시골이고, 고양이 병원이 거의 없다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가야 한다)
검색해보니 이 동네에 고양이를 진료한다는 병원이 딱 한 곳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찾았을 때는 이미 나미가 안 먹은지 한참 됐던 시기여서 늦었다고 생각했고, 또 내 건강 핑계, 돈 걱정 등등으로 병원에 가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병원 한 번은 가볼걸…
그랬다면 어쩌면 지금까지 같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게 나에게는 아주 큰 후회로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것이 아니라서, 사실 지금도 그 과정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치료 과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그렇게 시간을 늘리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비겁한 결정을 내렸다면…
나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쩌면 강제로 밥을 먹이는 과정이 더 싫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수명을 더 늘리는 것은 그저 내 욕심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나의 잘못, 후회에 대한 죄책감을 약간이나마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 집 고양이는 침 흘리고 다니고 엄청 난리를 치는 경우도 있다던데, 나미는 너무 얌전히 갔다
나미는 너무 착하고 너무 똑똑했다
그래서 더 가슴아프다
오직 나만 좋아하고 따랐던 고양이…

나는 내가 변화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앞으로는 내가 맡아서 동물을 키우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게 내 결론이고 그게 내가 그나마 성장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지난 일이다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나도 죽을텐데, 꼭 나는 영원히 살 것처럼 죽음을 슬퍼하는 것도 웃기다
그저 후회가 남고, 그로 인해 사는 동안 혼자 살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 뿐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나는 왜 다시 나미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 않는 것 같지? (나 싸이코패스인가?)

나미가 건강하게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지금의 나는 더 행복하고 편한 마음으로 살아가겠지만, 나미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히 슬픈 일이지만…
아무리 같은 공간에서 매일 같이 지내도 결국 각자의 삶을 사는 것 아닌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만나서 잠깐은 좋지만 그 이후에는 각자의 하루를 살아가지 않나?

아주 가끔 놀아주고 쓰다듬고 쳐다보고…
나미와의 하루가 너무 익숙해져서, 내가 너무 무심해진 걸까?
나미랑 놀아주지도 않고 너무 외롭게 했던 것일까?
나 혼자있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건가?

나미와 같이 보냈던 과거가 절대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나미를 돌봐주고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더 강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미를 맡게 된 것도 내가 원해서 그랬던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이제는 더 편해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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