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에서 써밍은 눈 찌르기를 뜻하는 용어라고 한다. 이번에 다니엘 코미어의 영상을 보면서 써밍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됐다.
(유튜브) [UFC] UFC 226 스티페 미오치치 vs 다니엘 코미어 하이라이트 (07.08)
위의 링크를 누르면 해당 영상을 볼 수 있다.
내가 보기엔 분명히 의도적인 써밍이다. 위의 영상을 보다보면 다른 각도에서 느린 화면으로도 보여주는데 주먹을 뻗고 곧바로 손을 튕기듯이 쫙 편다. 그런식의 동작은 내가 프라이드나 UFC 등등 격투기 영상을 보면서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동작이다. 어떤 실수나 주먹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결코 나올 수 없는 동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껏 써밍을 본적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봤던 써밍은 상대방과 거리를 유지하고 거리를 재기 위해서 상대방 얼굴 근처로 한쪽 손을 편 상태로 상대방 얼굴쪽에 가져다 대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그 손으로 방어하려고 앞으로 내밀다가 상대방의 눈을 찌르는 경우는 봤어도 저렇게 주먹을 뻗는 동시에 손가락을 펴는 것은 처음봤다는 것이다. (그것을 의도적 써밍 말고 어떤 의도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다니엘 코미어의 써밍에 대해서 이상한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써밍을 하긴 했지만 경기는 어차피 다니엘 코미어가 이겼을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다.”
써밍 자체가 잘못된 것을 말하는 것이지 경기 결과와 연관지어서 그 잘못이 의미가 없는 잘못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다.
그리고 써밍을 안 했을 때 어떤 결말이 났을 지는 그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사실 격투기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신체부위 중에 하나가 눈이 아닐까? (너무 당연한 말인가?) 그런데 눈이 잘 안 보인다? 시야가 잘 보이고 안 보이고의 문제 뿐만이 아니고 눈이 아프고 불편하면 심리적으로도 큰 동요를 일으킬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써밍은 그냥 눈이 따끔거리고 잠깐동안 불편해지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보면 로우블로우(낭심 차기)보다도 경기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써밍이 결코 경기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 작고 사소한 문제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오치치도 써밍한 적 있다”
내가 미오치치가 써밍을 하는 장면을 보진 못했지만 (아마 다니엘 코미어와의 경기는 아닌 듯 한데 잘은 모르겠다.) 의도적이고 노골적인 써밍과 실수로 인한 써밍은 또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 애초에 다니엘 코미어가 나쁘냐 미오치치가 나쁘냐 이런식의 논점도 아니었을 뿐더러 (그냥 다니엘 코미어의 비신사적인 행동을 비판하는 것이다.) 미오치치가 써밍을 했었다고 해도 그것이 다니엘 코미어가 미오치치에게 했던 것 만큼 노골적으로 보이는 써밍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핵심은 경기의 결과도 아니고 써밍 자체도 아니고 다니엘 코미어의 그 써밍이라는 반칙행위가 너무나도 고의적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그 고의적으로 보이는 반칙을 문제삼고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누가 이겼어야 하는가” 같은 대결의 관점으로 본 것도 아니고(난 미오치치 팬도 아니다.) 당연하지만 “누가 더 나쁜가”의 시선으로 볼 필요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