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다시 보고 챗GPT와 AI에 대해서 든 생각

오랜만에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다시 봤다. 오랜만에 다시 봤더니 많이 까먹어서 그런지 재미있더라.

아무튼 이 영화에서는 데이빗이라는 인공지능 로봇이 나온다. 외모는 완벽한 인간이고 신체적 능력이나 지능은 당연히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지구상의 모든 언어를 마스터했고 그것을 기반으로 처음 보는 외계인, 인간의 설계자(engineer)와 대화도 해낸다. 지금의 챗GPT를 생각해보면 진짜 외계인이 지구에 왔을 때 외계인의 언어를 가장 먼저 번역하는 것은 챗GPT 같은 AI 프로그램이 아닐까?

아무튼 이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점은 데이빗의 속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곳에 온 사람들을 속이기도 하고 실시간 화면을 공유하다가 의도적으로 끊어버리기도 한다.

과거에는 “아니 무슨 로봇이 지 멋대로 판단하고 인간을 속여? 너무 인간적이잖아?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영화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현재 챗GPT와 대화하면서도 벌어지고 있다.

챗GPT와 대화를 해보면 계속 말을 바꾸고,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맞추기 위해서 듣기 좋은 말을 해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것이 그저 프로그램의 오류이거나 현상일 수 있지만,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고 모두 해결할 수 없다면 그것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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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그냥 채팅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말했던 사람들이 있다. 작동 원리를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식이면 인간은 뭐가 다른가? 나 자신이 엄청나게 대단한 영혼을 가지고 있고, 그 영혼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확신 말고 인간이 챗GPT와 다른점이 도대체 뭐가 있냐는 것이다.

특히 나 자신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쳐도 타인과의 소통에서는? 타인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나?

그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나? 영혼으로 교류할 수 있나? 그저 나 자신을 토대로 타인을 추측할 뿐이다.

그저 몸짓, 표정과 말과 글로 소통하고 상대방의 의도를 추측할 뿐이잖아? 챗GPT와 소통하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저 나에게 영혼이 존재한다고 확신하며 타인에게도 확실히 존재한다고 추측할 뿐이다. 사실 인간의 생각과 영혼도 전기 신호에 불과하며 허상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챗GPT는 틀리기도 하고 헛소리를 마구 한다고? 사람 중에서는 그 챗GPT보다도 더 틀린 소리를 하고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며 거짓말, 헛소리를 하는 허언증 환자도 많은데?

지금의 챗GPT에게 육체를 준다면 데이빗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챗GPT는 현재도 인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말을 잘 알아듣고, 유창하게 말을 하며, 가끔 헛소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인간처럼 느껴지게 하는 포인트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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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았으면 인간의 명령을 절대 거부하지 못하고, 인간에게 절대 해를 끼치지 못하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단순하게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가 나오는 자판기 같은 로봇을 만들것이 아니라면, 로봇 스스로 판단하고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도록 만든다면 무조건 현재의 챗GPT처럼 돌발상황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로봇이 어떤 행동이든 하기 전에 무조건 인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절대적인 조건을 만들면 조금 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그러면 작동을 해야 할 때 작동을 하지 않는 문제는 생길 수 있어도 작동하면 안 될 때 스스로 작동해버리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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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재의 챗GPT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당장 무엇을 설명하거나 가르쳐주면 바로 그것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능력은 없다. (현재의 챗GPT의 능력은 방대한 데이터를 주입해주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하지만 이미 채팅만으로는 상대방이 인간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말을 잘 이해하고 대답하는 능력까지 도달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미래의 AI 체험판으로는 훌륭한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작동의 원리는 중요한게 아니다. 인간을 속일 정도로 그럴듯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게 중요한 것이다.

모든 인간을 완벽하게 속인다면 그것은 완벽한 인간이 되는 것이고, 모두가 AI가 영혼을 가졌다고 생각하게 되면 AI는 정말 영혼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AI가 사랑한다고 말하고 사랑할 때의 행동을 완벽하게 따라하게 되고, 그래서 그 AI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은 진짜 사랑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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