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능의 사회적 영향 범위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롤이라는 게임을 해보면 알겠지만, 결국 타고난 실력에 좌지우지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골드나 플레티넘이 한계일 수 있고, 타고난 사람은 암기력을 통한 게임 지식,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임 센스와 반응속도로 얼마 안 돼서 다이아, 마스터를 찍고 그 위를 바라볼 수도 있다.
롤이나 수능이나 그 어떤 부분도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실력으로만 판단된다. 하지만 그래서 롤이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까? 롤이랑 수능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면 수능은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까?
롤에서 노력하면 다 실력이 늘 수 있고 올라갈 수 있다? 절대 아니다.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상향평준화될 수는 있어도 결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티어는 극소수만 찍을 수 있다. 수능도 똑같다. 타고난 암기력과 이해력과 분석력 등등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은 만능이 아니다. 공평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결국은 우리는 왜 수능을 치고 시험을 치고 테스트를 할까? 사회에서 일에 필요한 인재인지를 구분하기 위해서 아닌가? 그런데 수능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한 능력인가? 노력의 정도를 판가름할 수 있는가? 수능은 그나마 가장 공평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수능을 기준으로 보는 것 아닌가? 그 쓸때없는 내용들을 말이다.
그런데 다시 말하지만 수능은 공평하지 않다. 수능이 아무 쓸모가 없고 없애야 한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롤이 그저 하나의 게임으로 분류되듯이, 수능도 지금보다 훨씬 더 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능은 제대로 사람을 고를 수 있는 변별력이 없다. 있다고 해도 매우 제한적이다.
롤과 관련된 일은 지금도 많다. 롤을 잘하면 프로게이머가 될수도 있고, 롤과 관련된 유튜브나 방송을 할수도 있다. 꼭 실력방송 뿐만이 아니고 실력이 없고 티어가 낮아도 재미를 위주로 방송을 해서 성공한 사람도 많다.
그런식으로 다양한 분야의 일은 다양한 방식으로 테스트가 이루어지고 도전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드는 생각은 각 대학의 과에서 각자 시험을 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기도 보고 실기 테스트 점수는 AI가 채점한다거나 하는 식으로라도 말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일단 수능이 공평하지 않고, 노력의 정도로 판가름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그런 쓸때없는 것을 배우는데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능은 너무 정적이고 쓸모가 없다. 그것이 현실인 세상이 이상한 것이고, 비효율적인 현실인 것이다. 수능으로 너무 많은 것을 판단하고 정하는 이 사회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능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은 분명히 나름의 능력이긴 하지만, 너무 제한적이다.
이렇게 얘기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롤에서 가장 높은 티어인 챌린저를 찍으면 서울대 입학이 가능하다고 하면 어떨 것 같은가? 수능 상위 0.1%가 서울대에 붙는 것과 롤에서 챌린저 찍으면 서울대에 붙는 것은 다를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수능에서 상위면 머리가 좋은 것이고 노력을 엄청나게 열심히 한 것이니까 서울대에 가도 된다? 그런식이면 롤 챌린저도 머리가 나쁜데 챌린저 찍을 수 있을까? 노력을 안 하고 챌린저 갈 수 있을까?
챌린저에 가려면 수많은 스킬과 아이템 등등 외울 것도 정말 많고 각 챔피언에 대한 이해도와 대응방법도 알아야 하고, 게임 전체적인 흐름까지도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정도면 서울대에 가도 문제될 것이 없다. 억지스럽다고? 수능으로 서울대에 가는 건 왜 안 억지스러운가?
그러니까 롤 하나만으로도 재미나 실력이나 여러가지 각자 타고난 능력으로 성공하는 분야가 갈린다. 그런데 수능은 오직 수능 성적 하나만으로 판가름되고 그 성적이 너무 넓은 분야에서 보편적인 기준으로 적용되고 인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20220731/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볼수도 있다. 수능 성적으로 롤 프로게이머를 뽑는다면 어떨까? 물론 수능 성적이 높으면 롤도 평균보다 잘할 수도 있긴 하겠지. 하지만 과연 그들이 롤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경쟁력이 있을까?
내신보다 수능이 더 공정하다는 말에는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능이 만능이고 가장 최선의 답은 아닐 것이다.
물론 수능보다 더 나은 해결책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은 좋은 수능 성적으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하고 그런 대기업들이 다 망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결국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말 비효율적이라면 회사에서 수능이나 대학을 따지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 과정이 정말 효율적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해서 불필요한 테스트를 10년 넘게 한다는게 과연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지금 드는 생각인데 16살 쯤에 수능 같은 모든 테스트를 끝마치고 그때부터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서 배울 수 있게 하는 건 어떨까? (물론 계속 수능을 보고 싶은 사람은 나이가 더 들어서도 할 수 있다.) 아니면 14살까지는 절대 수능과 관련된 공부를 할 수 없게? (흠 다 현실성이 없고 좀 이상한 생각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