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동량이 너무 많았다.
효율이 안 나오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건강도 해칠 것 같다.
나는 체력이 약해서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2. 스토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것을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은 꼭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떠오르는게 너무 적었다.
웹툰 업체에 뽑혀서 작가가 되려면 재미도 있어야 하고 계속 연재를 이어가야 하는데 떠오르는게 너무 적으니까 한계를 느꼈다. (떠오르는게 없었다고 할수도 있고, 나중에 보니 억지스럽고 재미가 없었다고 할수도 있다.)
지금 취미로 만들고 있는 “고투핼!”은 재미를 노린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소재가 고갈된다는 느낌은 없다.
소재가 고갈되면 안 그리면 그만이다.
전에 어떤 작가님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다.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없으면 미련없이 웹툰 작가를 그만둘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나는 그 말이 허세로 느껴지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말이 정답인 것 같다.
정말 내가 가진 최고의 보석(스토리)을 꺼내서 사람들한테 보여줘서 그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면 웹툰 작가가 되는 것이겠지.
내 최고의 것들을 다 쏟아내고 더는 나올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 또 다른 최고의 것이 떠오르는게 작가의 필수적인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고투핼!”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그것을 느꼈다.
“죽기 전에 이 얘기는 하고 죽어야지” 싶은 것을 만든 것인데, 꼭 만들고 싶은 것들이 새로 계속 떠오른다. (물론 보는 입장에서는 노잼이겠지만…)
예전에는 재미있는 것은 잘 살리면 되고, 재미 없는 것도 대충 어떻게든 잘 꾸며서 연재를 이어가보자라는 안일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건 틀린 생각인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웹툰 작가는 못 되어봤지만 작가의 필수 재능이 그런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다.
3. 변별력이 떨어진다.
나는 순수하게 내가 재미있는 것을 추구해야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있을 거라는 자신은 없다.
그래서 “고투핼!”은 순수하게 취미로만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돈 욕심을 부리고 대중적인 재미에 욕심을 부리면 이야기가 산으로 가버린다.
방향을 못 잡고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리고 만다.
정리하면 재미만 추구하지도 못하겠고, 메세지만으로 승부할 자신도 없고, 재미와 메세지를 조화롭게 합치는 것을 정말 너무 못하겠다.
마무리
사실 포기와 방향 전환은 다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계속 새로운 하고 싶은 것들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방향을 바꾼 것일 뿐이고 포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나는 항상 대충 간만 보다가 포기했고, 그런 태도가 문제였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웹툰 작가에 대한 도전이나 노력은 할만큼 한 것 같다.
그저 사이사이에 너무 놀아서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 아쉬울 뿐이다.
사실 포기한 것도 아니다.
“고투핼!”이 잘 될지도 모르잖아?
그래, 돈이 안 되고 내가 하고 싶은 건 취미로 하면 되는 거다.
전에는 인생을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은 꼭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그렇게 절실한게 있긴 한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너무 하기 싫은 것을 안 하고 살 수 있다면 그게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너무 뒤늦게 깨달은 것 같은데, 돈은 확실하게 노려야 하는 것 같다.
주변에서 “이게 돈이 되나?”라고 의문을 표시한다면, 적어도 내 스스로는 대박이 날거라고 믿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게 아니고 “돈 때문에 하는 거 아니야.”라고 대답한다면 그건 돈이 되는 일은 따로 해야만 하는 것이다.
스스로도 돈이 될거라는 확신이 없으면서, 어쩌면 조금은 돈이 들어오지 않을까? 라는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막연하게 산다면, 정말정말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