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을 웨이브에서 봤다.
그리고 얼마 후에 우연히 네이버 무료영화에서 아포칼립토를 봤는데 자꾸 기시감이 드는 거다.
내가 전에 아포칼립토를 봤던가?
(잡은 사람들을 살려주는 척하면서 풀어주고 창으로 죽이는 장면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냥 재미 포인트를 참고하거나 장르의 유사성 수준이 아니고 과정을 대부분 똑같이 따라했다.
인종과 배경이 달라졌을 뿐 거의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노골적으로 베낀 건지 의아하고 그렇게 만들어놓고 떳떳하게 극장에 걸 수 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표절이나 짝퉁이나 비슷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종병기 활이 짝퉁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포칼립토보다 훨씬 이후에 나온 영화임에도 더 못해보이기 때문이다.
유사한 장면을 몇가지 써보면 주인공이 폭포로 뛰어드는 장면과 절벽 반대편까지 뛰는 장면이 있다.
아포칼립토에서는 주인공이 뛰어내린 후에 적들을 도발하니까 적들도 뛰어내려서 상당수가 다치거나 죽는다.
난 그게 남자들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무모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런데 최종병기 활에서는 반대쪽 절벽으로 뛰는데 전부 다 몸에 접착제를 붙였는지 벽에 찰싹 잘도 붙더라.
그저 주인공이 활을 쏴서 떨어트릴 뿐이고 말이야.
(이게 어떻게 업그레이드냐고 더 개연성도 떨어지고 유치해졌으니 다운그레이드지…)
주인공이 화살을 변형해서 적군을 몰래 암살하는 부분도 아포칼립토에 독침 장면과 매우 유사하다.
우리나라 전통 활의 고유의 정체성이나 대단함 같은 것을 찾고 싶어도 결국 그 모든 것이 표절 영화의 일부로 보일 뿐이다.
최종병기 활은 아포칼립토에서 따라한 장면 빼고는 건질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보통 표절을 하면 원작보다 더 나아져야 하지 않나?
아포칼립토가 더 나중에 나온 영화라고 해도 난 믿었을 것 같다.
표절이 아닌 부분 중에서 주인공의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적군 본진에 몰래 잠입하는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여동생을 찾아내고 적군의 아들까지 죽이고 둘은 온전히 빠져나온다.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 대단하다 대단해)
아포칼립토의 장면을 따라한 부분 빼고는 제대로 개연성있게 만든 부분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최종병기 활을 보면서 새우깡을 포함한 일본 과자를 베낀 한국 과자들과 마징가Z 표절한 태권V가 떠올랐다.
그시절에는 우리한테 아무 기반이 없다시피 했다고 핑계라도 댈 수 있다.
그렇게 핑계를 대더라도 결국은 창피한 것이다.
그런데 최종병기 활이 나온 것은 영화 초창기도 아니지 않은가?
핑계도 댈 수 없는 일을 어떻게 그렇게 창피함도 못 느끼고 뻔뻔하게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영화계는 그 창피한 시절에서 아직까지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 노골적인 표절 영화를 만든 감독이 아직까지 천만 영화를 만든 거장 소리를 듣고 있지 않나?
웹툰이었으면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연재도 중단됐을 것이다.
유희열도 표절이 논란이 돼서 사람들한테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영화계는 커뮤니티에서나 비판하지 영화 관련자들은 모두 입을 닫고 있다.
거의없다도 비겁하다고 느껴지는게 나무위키에서 본 내용인데 “최종병기 활처럼 베꼈더라도 재미있게라도 만들어라”라는 식으로 말했던데 그건 베꼈다고 까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재미있으면 베껴도 괜찮다는 식으로 들릴 수도 있다.
지금도 수많은 창작물들이 나오고 있다.
이 세상에는 비슷한 것도 많고 표절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최종병기 활은 너무나도 노골적이다.
좀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